"오후4시 룰? 사라진지 오래"…'들쭉날쭉' 압수수색 영장 발부 [검찰聽]
"오후 4시 룰이요? 옛날에나 그랬죠. 요즘은 언제 영장이 나올지 몰라서 다음 날과 그다음 날까지 시간을 빼놓을 수밖에 없어요."
재경지검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가 최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늦어지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게 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검찰과 법원에는 '오후 4시 룰'이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했다. 오후 4시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당일에 발부여부를 결정하고 4시가 넘으면 그다음 날 결정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룰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검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영장 발부시점을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면서 수사팀의 스텝이 꼬이고 치밀한 수사가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8월1일 티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관련 큐텐 사무실 등 10곳에 검사와 수사관 80여명을 보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펼쳤다. 이 압수수색을 위한 영장은 청구 다음 날 발부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수사팀이 전날 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사흘 뒤 발부돼 혼선이 빚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들이 회사에 몰려가 환불요청을 하고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언제든 회사 측이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컸던 상황이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영장이 나왔어야 했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이뤄진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 수사팀이 법원에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부탁하는 편지까지 보냈다고 한다. 당시 법원이 5일에 걸쳐 영장을 심사하는 동안 압수수색에 참여할 검사와 수사관 70여명이 대기해야 했다.
압수수색은 기밀유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수사관들에게조차 전날 오후 늦게 일정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포렌식 수사관들에겐 압수수색일 전날 늦게 다음날 모이는 시간과 장소만 찍어주기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영장이 법원에 넘어간 순간부터 수사팀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포렌식수사관 일정을 조율하기 어려워 수사 완성도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나온다. 전국 검찰청에 포렌식을 전담하는 수사관은 80여명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포렌식 수요가 빗발치는 탓에 마냥 한 사건을 위해 대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장발부가 꼬이면 포렌식수사관 5명이 필요한 현장에 당장 시간이 되는 2명만 나가게 되고, 수사지연은 물론이고 증거수집도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법원은 검찰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영장청구 범위가 모호해 수사기관 등의 소명이 필요한 경우 심문을 하려는 것으로, 영장 발부와 기각 사이 절충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모든 사건에 대해 사전심문을 해서 수사를 지연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고, 청구건수의 1% 이내가 (사전심문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며 "지금 사전심문 관련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검찰 주장은 20여년 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도입됐을 때 하던 얘기와 똑같다. 평행이론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주요 증거를 확보한 이후 해당 증거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거나, 카카오톡 서버 등 제3의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등 증거인멸 우려가 현저히 낮은 사건들에 한정해 사전심문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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