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청구 4년 만에 ‘동백림 사건’ 작곡가 고 윤이상 재심 열려

유선희 기자 2024. 10. 24. 14: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압에 의한 조작 사건으로 무죄 선고돼야”
검찰 측 “유죄 인정돼야”…추가증거 제출 예고
작곡가 윤이상. 연합뉴스

“윤이상은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윤이상 사건은 강압적인 수사를 통해 이뤄진 조작된 사건으로 무죄가 선고돼야 합니다.”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한 고 윤이상 작곡가에 대한 첫 재심 공판이 열린 24일 유족 측 김필성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서 주로 생활하며 한국을 오가는 유족은 이날 공판에 직접 출석하지는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 심리로 열린 공판은 윤씨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4년 만에 열렸다. 윤씨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1968년 12월5일 서울고법에서 징역 10년 선고가 확정된 때로부터 56년 만이다. 윤씨는 1967년 12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에선 간첩죄는 무죄가 됐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이듬해 대법원 파기환송 끝에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1968년 서울고법 판결이 재심 대상이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동베를린 거점의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해 200여명이 연루됐다. 윤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로 구금되자 국제적인 구명 운동이 일었다. 독일 정부의 조력 등으로 1969년 2월 석방된 윤씨는 독일로 출국한 뒤 귀화했고, 베를린에서 1995년 11월 사망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동백림 사건을 조사해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확대·과장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족은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5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나왔다. 검찰이 불복해 항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7월 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유족과 검찰은 이날 윤씨 사건에서 인정된 증거들의 효력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유족 측은 수사 시작부터 불법 납치·감금에 따른 강압수사였다면서 수사와 공판 단계의 모든 자료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처음부터 위법한 사유에 의해 체포가 이뤄진 수사이므로 압수물과 검사가 작성한 조서 모두 위법수집 증거로 보는 게 명백하다”며 “법정진술 역시 불법적인 감금이 계속되고 고문이 반복된 상황에서 이뤄졌으므로 위법수집 증거로 채택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법 구금에 대해선 다투진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불법 구금 이외에 가혹행위가 인정된 바는 없다”며 “최소한 검찰 단계의 서류와 법원 재판, 파기환송심까지 진행된 공판조서 기록들은 모두 증거로 채택돼야 하고, 그런 증거에 비춰봤을 때 모두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죄 관련 증거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추가증거 제출도 예고했다. 재판부는 추가증거 제출 확보를 위해 오는 12월19일에 한 차례 더 재판을 열기로 했다.


☞ ‘동백림 사건’ 고 윤이상 재심 개시결정…법원 “불법 체포·감금에 해당”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5171833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