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난자동결 골든타임은 30~35살…인생계획 설계에 도움"

강민성 2024. 10. 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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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진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장. 서울의료원 제공.

연명진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장

"최근 들어 난자 동결로 난임을 극복한 사례들이 뚜렷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난임에 대한 정부 정책도 늘어나 난자 동결을 '보험'의 개념으로 인식하며 시도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연명진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장(45)은 "최근 정부의 '난자 동결' 시술 지원자 모집이 일찌감치 마감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난자 냉동 시술은 건강한 난자를 냉동 보존하고 향후 임신을 원할 때 사용하는 가임력 보존 방법이다. 서울시는 올해 650명의 난자동결 시술비를 지원할 수 있는 만큼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최근 들어 미혼 여성을 중심으로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내년부터 지원 규모를 더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연 센터장은 "지난해 1차로 서울시에서 20∼49세 여성을 대상으로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을 시작했다"면서 "지원금을 신청하면 서울시가 시술 비용의 50%(최대 200만원)를 지원하면서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출생' 프레임에 갇혀있던 정부 정책들이 최근 들어 '난임' 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동시에 기술력도 5~10년 사이 더 좋아져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연 센터장의 의견이다. 그는 "피임약이 여성의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처럼, 난자동결은 결혼을 결정한 이후에 임신 성공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 센터장은 한쪽 난소 수술을 한 20대 여성이 난자 동결 시술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사례를 소개하며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여성들이 난자를 동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어도 난소 기능이 떨어진 여성이 결혼을 30살 이후에 계획한다면 난자를 동결하면 좋겠다고 권유한다"면서 "젊을수록 좋지만 30세에서 35세 사이에 10개에서 15개가량의 난자를 채취해 동결하면, 향후 시험관 시술을 통해 90% 성공률로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초혼이 늦어지면서 난임을 걱정하는 여성들이 난자 냉동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둘째, 셋째 자녀 계획을 위해 준비하는 이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 연 센터장은 "첫째 아이를 갖고도 둘째, 셋째 아이가 안 생겨서 못 낳는 경우가 많다"면서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잠자리 횟수가 줄고, 임신을 위해 병원을 다닐 여력이 없어지면서 대부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때문에 둘째가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난자 동결은 시험관 시술의 첫 번째 단계로, 한번 동결하면 별도로 난자를 채취하지 않아도 수월하게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의료원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수소문해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료원은 서울 동북권에서 가장 큰 응급센터인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어 마취과, 산부인과 등 25개 진료과와 의료 연계가 잘 돼 있는 만큼 지병이 있는 환자들도 의료 협진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실제 타 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은 당뇨 환자와 만성콩팥병인 IgA신증을 앓는 환자도 서울의료원 가임센터에서 아이를 가지기도 했다. 연 센터장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생명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기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남편이 무정자증이거나 정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배아를 만들기 어려워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또한 나이가 더 많아질수록 난자가 적어 시술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49세까지 난자 동결을 지원하다 보니 49세까지만 동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 센터장은 "35세 이상일 경우 20~30개의 난자를 동결해야 하고, 42~43세의 여성이 난자를 동결하려면 100개의 난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난자 동결시술에 대해 연 센터장은 사전에 별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은 없다고 했다. 그는 "3개월 정도 잘 자고 골고루 먹으면서 컨디션만 잘 관리하면 괜찮다"면서 "시술 이후 호르몬 변화가 있지만 아이를 가지기 위해 대부분의 여성들이 잘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 센터장은 난자 동결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기술 발전으로 난임 성공 사례를 적극 설명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지만, 정책적으로도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별로 지원이 다르고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면서 "병원에서 진료할 때 환자별로 난자 동결 기록을 조회해 지원이 몇 번째인지 확인해야 한다. 편리하게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과 행정이 일원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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