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성 부부는 얼마나 있을까요?

오세진 기자 2024. 10. 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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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미국 연방정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계기관인 인구조사국이 미국 지역사회 조사(ACS)를 통해 추정한 2023년 기준 가구 수는 약 1억3133만 가구입니다. 같은 해 결혼 가구와 결혼하지 않은 동거 가구, 그 외 형태의 가구 수를 모두 합한 수치이지요. 미국은 2015년 6월26일 연방대법원이 동성 동반자의 결혼할 권리를 헌법에 따른 기본권으로 인정하며 동성혼을 인정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결혼한 동성부부 가구 규모 파악이 가능합니다. 2023년 기준 결혼 가구(6142만1188) 중 동성부부 가구(77만4553)는 약 1.3%를 차지합니다. 결혼 가구 100가구 중 1가구는 동성부부 가구인 셈이지요.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인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나라입니다. 2019년 5월17일 동성 동반자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법안이 입법원(의회)을 통과했습니다. 대만의 동성부부는 얼마나 될까요. 대만 내정부(우리나라 행정안전부에 해당) 통계를 보면 2023년 결혼한 부부 12만5345쌍 중 2.5%(3183쌍)가 동성부부입니다. 부부 100쌍 중 2쌍이 동성부부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동성부부는 얼마나 있을까요? 네,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알 수가 없습니다. 통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미국, 대만과 달리 동성부부를 포함한 성소수자 인구 규모를 파악하는 데에 한국 정부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3월16일 성소수자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국가승인통계 및 법정실태조사에 성소수자 조사 항목을 신설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권고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행정부만 탓할 게 아닙니다. 사법부도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한겨레21 1534호의 ‘혼인평등소송’ 표지이야기 기사를 준비하면서, 2013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해마다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구청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이 법원에 얼마나 제기됐는지를 법원행정처에 물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통계는 없지만, 동성부부는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중 일부인 동성부부 11쌍이 동성부부를 법적 부부로 인정하지 않는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내어 ‘혼인평등소송’에 나섰습니다. 2024년 10월10일 이 소송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저희는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보통의 시민으로서,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내가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이미 ‘가족’으로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동성이라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현 제도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자체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한 사람인 저희를 얼마나 차별하는 일인지, 국가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현실을 외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인지, 당사자로서 말할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박지아씨 배우자 손문숙씨 말입니다.

소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쓴 한강 작가가 한국시각으로 2024년 10월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은 열광했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도 축하 메시지를 밝혔고, 국회의원들도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하다가 여야 할 것 없이 손뼉 치며 축하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우리에겐 손뼉 칠 일이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혼인평등소송’ 원고로 용기 있게 나선 동성부부 11쌍에게도, 동료 시민으로서 따뜻한 지지와 박수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한겨레21> 표지이야기 

동성부부의 결혼할 권리, 인정할 때 되지 않았나요?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196.html

“왜 결혼하냐구요?”“왜 우리에게만 묻죠?”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198.html

타이, 2025년 1월부터 동성혼 법적 효력 “이제 시작…개정 필요 법률 50여개”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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