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모임 좋아하는 'E들'이 종종 놓치는 것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10. 24. 11: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모임 좋아하는 상담자
한달 모임비로만 수십만원
건강에도 이롭지 않아
지인보단 가족에게 신경써야

나이가 들수록 가벼운 만남을 가지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챙기느라 바쁘고, 직장 동료들도 개인적으로 만나긴 부담스럽다. 그래서인지 필자를 찾아온 상담자 중 외향적인 이들(MBTI로 치면 E)은 모임회비 예산을 별도로 책정할 정도로 '외부모임'을 즐긴다. 문제는 그 비용을 과하게 쓰는 이(E)들이 숱하단 점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상담자 부부의 '지인 네트워크'를 점검했다.

지인과의 잦은 술자리도 과소비의 원인 중 하나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유대인은 13세 때 '바르 미츠바'란 특별한 성인식을 치른다. 이때 성인이 된 이들은 신 앞에서 책임감 있게 살라는 의미의 성경책과 약속과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손목시계를 선물로 받는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친척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축의금을 전달하는데, 보통 수만 달러 이상 되는 큰돈을 유산 물려주듯 준다.

이 돈을 종잣돈 삼아 자녀는 자신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대학 등록금으로 쓸지 아니면 사업을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할지, 투자한다면 어디에 얼마만큼 할지 등을 스스로 판단하면서 비교적 어린 나이 때부터 경제 감각을 익힌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오상훈(가명·50)씨와 아내 이혜영(가명·46)씨도 외동아들(19)에게 일찌감치 종잣돈을 떼주려고 한다. 부부는 자녀에게 재산을 미리 상속하는 '증여'를 통해서 자신들이 모아 둔 7000만원을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다. 오씨가 유대인의 지혜를 본받기 위해 상속 대신 증여를 택한 건 아니다. 증여가 상속보다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방법이라서다.

문제는 이 돈을 증여할 경우 부부의 미래가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다. 매월 15만원씩 내는 연금저축이 부부의 유일한 노후 준비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론 은퇴 후 삶을 감당할 수 없다. 부부는 노후 대비와 증여를 모두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필자와의 상담을 신청했다.

1차 상담에서 필자가 살펴본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부부의 월소득은 690만원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와 부업 등을 하며 24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85만원, 1년에 걸쳐 사용하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7만원, 금융성 상품 47만원 등 699만원이다. 지난 시간에 부부는 식비를 15만원 줄여 9만원씩 적자 나던 가계부를 6만원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재무 이벤트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능하면 동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가 생각하는 재무 목표는 크게 두가지로, 재산 증여와 노후 대비다. 언급했듯 부부는 현금 7000만원이 있는데, 이 돈이 사실상 부부의 노후 자금이나 마찬가지어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부부는 어떻게 해서든 자녀에게 증여해주고 싶어 하므로, 여유자금을 대폭 늘려 두 재무 목표를 모두 대비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부부는 '지출 줄이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먼저 19만원씩 빠져나가는 통신비를 손봤다. 부부는 이동통신사의 5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니지만, 알뜰폰을 쓰면 가격을 더 낮추면서도 아쉽지 않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요즘은 알뜰폰도 TV와 결합한 요금제를 쓸 수 있어 추가할인을 받는 게 가능하다. 오씨 가족은 세사람 모두 2만~3만원대 알뜰폰으로 바꿔서 통신비를 19만원에서 12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제 문제의 모임회비(40만원)를 손봐야 한다. 특별한 취미가 없는 부부는 지인들과의 모임을 무척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지인들을 불러 술자리를 갖는데, 다들 나이가 있다 보니 모임 비용이 적잖이 나온다. 어쩔 땐 예산이 부족해 용돈에서 돈을 끌어다 쓰기도 한다.

지인들과의 모임이 부부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란 점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한달에 술값으로만 몇십만원을 쓴다면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 같이 운동을 하거나 가볍게 커피 한잔을 하면 모를까, 잦은 술자리를 갖는 건 부부의 건강에도 이로울 게 없다. 지금 나이에 덜컥 위중한 병이라도 걸리면 부부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질 것이다. 이런 필자의 의견에 부부도 동의해 모임회비를 4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같은 맥락으로 110만원씩 빠져나가는 용돈도 줄여야 한다. 이미 모임 회비에 월 40만원씩 쓰고 있는데도 부부는 용돈의 상당 부분을 지인들과의 모임 비용으로 사용한다. 모임 회비도 모자라서 용돈까지 갖다 쓴다는 건 분명한 과소비다. 따라서 부부는 용돈을 110만원에서 70만원으로 40만원 줄이기로 했다.

이쯤에서 중간 점검을 해보자. 부부는 통신비 7만원(19만→12만원), 모임회비 30만원(40만→10만원), 가족 용돈 40만원(110만→70만원) 등 7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여유자금도 6만원에서 83만원까지 늘어났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이 정도면 오씨 부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충분할까. 부부가 다른 상담자들보다 나은 점은 이미 자가 아파트(시세 4억원)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내집을 마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남들보다 수월하게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이점이다.

그래도 여기서 만족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부부는 48만원씩 빠져나가는 보험료부터 시작해 신용카드 할부금(45만원), 영양제 구입비(12만원), 비정기지출(월평균 67만원) 등을 더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지출을 어떻게 조정했는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