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UAE 원전 이익률 1.6%뿐…체코 원전 경제성도 빨간불

옥기원 기자 2024. 10. 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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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이익 3600억…“이익률 10%” 전망과 상이
지체상금 부른 ‘온타임 위딘버짓’ 체코서 재연 우려
한국전력공사가 주계약자로 참여해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의 매출이익률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오른쪽부터 바라카 1, 2호기 전경.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의 누적 매출이익률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1.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라카 원전의 매출이익 수치가 드러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당초 이익률이 10% 안팎일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체코 원전 수출은 바라카 원전을 본보기로 삼고 있기에, 그 경제성을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겨레 취재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설명을 종합하면 바라카 원전 1~4호기 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이익은 3600억원으로, 21조3700억원인 누적 매출액(건설 수주액)을 고려하면 매출총이익률이 1.5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라카 원전은 지난달 4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1~4호기 건설이 모두 완료됐는데, 한전은 지분 투자를 통해 향후 60년간의 운영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지만 초기 10여년 간 진행한 건설사업에서는 사실상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이다.

한전은 2013년 이후 매년 사업보고서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 등’의 누적 계약수익과 누적 손익을 공시하고 있다. 바라카 원전을 비롯한 국내외 건설계약 사업을 포괄하지만, 사실상 바라카 원전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누적 손익은 바라카 사업 초기인 2013년 2528억원에서 1~2호기가 준공한 2019년 1조3324억원까지 늘었다가 올 상반기 3840억원으로 줄었다. 한겨레와 김성환 의원실이 확인한 바라카 원전의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이익 36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2018년 공개됐던 한전 내부자료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사업의 연도별 매출액 및 매출이익’을 보면, 2018년 9월까지 바라카 사업의 누적 매출이익은 1조910억원으로, 당시 누적 이익률은 5.82%였다. 그동안 국내 원전업계에서는 바라카 원전 수출의 이익률을 최대 10%까지 전망해왔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전에 귀책 사유가 있는 공사 지연’이 이익률을 떨어뜨린 주된 이유라고 지목한다. 2017년 준공 예정이던 1호기가 2021년으로 준공이 미뤄지는 등 바라카 원전의 전체 공기가 애초 계획보다 3~4년씩 늦어졌는데, 이에 따라 공사비가 늘고 지체상금이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원전 설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바라카 원전 모델인 신고리 4호기에서 원자로 압력 보호 밸브(POSRV) 하자로 인한 냉각제 누설 사건, 2018년 12월 바라카 2, 3호기 격납건물에 공극(구멍)이 발견된 점 등 우리 쪽 책임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2018년 완공 목표였던 1호기가 2021년 상반기에야 상업운전을 시작할 정도로 몇년씩 공사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바라카 사업을 모델로 한 한국의 원전 수출은 ‘온타임 위딘버짓’(정해진 기한·예산 내 건설)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핵심 경쟁력으로 앞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공기 지연에 따른 이익률 저하를 피해갈 순 없었던 것이다.

한국의 ‘저가수주 전략’도 이익률 감소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2013년 작성한 ‘미국과 한국 간 원전시장협력’ 보고서를 보면, 2009년 당시 한전이 아랍에미리트에 건설비로 제안한 200억달러(1기당 50억달러)는 경쟁사인 프랑스의 아레바보다 30% 낮은 금액이었다. 김성환 의원은 “당시 입찰에서 경쟁한 아레바와 지이(GE)히타치의 입찰액은 약 350억달러로, 한국 180억달러의 두배 수준”으로 추산했다. 저가로 수주한 금액 범위 내에서 공사를 하다보니, 충분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일정 수익을 봤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식재산권 분쟁의 결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주요 부품 공급을 떼어주며 한국 참여 기업들의 수익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김성환 의원실에서 받은 업계 내 제보를 보면, 바라카 1~4호기의 원전 주기기 1차계통 납품비율은 가액 기준으로 두산 51%, 웨스팅하우스 41%, 한전기술 7%이었다. 또 2차계통인 터빈발전기의 절반 이상은 웨스팅하우스의 전 주인인 도시바가 납품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라이선스·기술지원 명목으로도 13억달러를 별도로 받았다. 김성환 의원실은 이를 합산해볼 때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간 몫은 전체 건설계약의 16%가량으로, 금액으론 3조9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익명을 요청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 계약을 따낸 뒤 웨스팅하우스의 문제 제기로 한전이 업무협조계약을 맺었고, 이후 한국 기업들의 납품 비율이 갑자기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로 참여한 현대건설·삼성물산도 2017년 7월 공기 지연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한전을 상대로 런던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추가 공사비 청구액은 6천억원 규모였으나 중재 결과 실제 지급된 액수는 200~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국제중재법원이 한전 쪽 손을 들어주면서”(전 한전 고위관계자),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엔 현대건설·삼성물산이 아닌 대우건설이 주시공사로 참여했다.

문제는 현재 1.6%가량인 누적 이익률이 앞으로 더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따른 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준공 뒤 하자보수, 성능검사 등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가고, 이 비용은 애초 건설비에 포함돼 있어 오롯이 수주처가 감당해야하는 하는 마이너스 비용이라 이익률은 앞으로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라카 사업의 이익률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지목된 ‘저가 수주’와 ‘온타임 위딘버짓’ 등 위험성 큰 조건들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체코에 건설한 에이피알(APR)1000 모델은 기존 한국에 지은 에이피알 1400과 달리 이중 격납 설비, 코어 캐처(방사능 유출 방지 장치), 냉각탑 같은 대규모 설계변경을 해야 할 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내륙 원전 건설 경험이 전무한 한국이 무리하게 ‘저가 수주’, ‘온타임 위진버짓’ 만을 내세우다 준공 기간에 맞추지 못할 경우, 막대한 지체상금 등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쪽은 한겨레에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고, 국가 간 비밀유지 계약 때문에 매출과 이익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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