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올가을, 노벨문학상 한강의 언어가 더해진 여기로 가볼까"

2024. 10. 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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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정승조 아나운서 ■

동시대 예술의 장이 펼쳐지는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로 창설 30주년이 되었습니다.

서른살 청년이 된 광주비엔날레는 예술감독으로 세계적인 큐레이터이자 비평가인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를 선임했고요.

'소년이 온다'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의 깊은 인연도 함께하고 있는데요.

비엔날레 본전시를 비롯한 독일, 네덜란드 등 31개 파빌리온은 광주를 여행하듯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의 최두수 전시부장을 만났습니다.

▮ 올해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감회가 어떠신지요?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선보이고 나서 엄청난 관심과 주목을 받은 지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낯설었던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던 장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는데요. 그동안 광주비엔날레의 전시를 기획한 세계적인 예술감독들과 그 전시를 떠올려보면 국제 미술 전시회로써 광주비엔날레의 궤적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광주라는 공간적 특성과 역사 그리고 그 서사를 생각하면 광주비엔날레라는 하나의 장에서 다양한 것이 펼쳐지고 이야기된다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창설 30주년을 맞이해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아카이브 특별전을 열었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특별전 제목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처럼 광주비엔날레가 앞으로도 다양한 목소리가 오가고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인 '마당'이 되었으면 합니다.

▮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5년, 광주비엔날레는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화 산업을 융성해보자는 움직임에서 태동하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백남준 작가가 사비를 들여 ‘휘트니 비엔날레 한국전’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였지요. 이를 계기로 비엔날레라는 국제 미술 전시회의 개념이 각인되었고, 그 영향력으로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대미술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사회적인 합의점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일부 광주지역 미술인들이 개최한 광주통일미술제 즉, 안티비엔날레 전시도 등장했습니다만, 그 흐름을 만들었던 강연균 화백이 제2회 광주비엔날레 집행부가 되어 동양적인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요. 한국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는 광주비엔날레가 자리를 잡기까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의 광주비엔날레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가 자리 잡을 당시 각종 공공 프로그램이나 심포지엄 등이 제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는데요. 국가나 개인, 기관이나 콜렉티브 등 다양한 예술 주체들을 모아놓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자 문화적 가치를 논의할 수 있는 ‘판(공간)’을 만드는 게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비엔날레의 타이틀은 '판소리 : 모두의 울림'입니다. 예술감독인 '니콜라 부리오'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니콜라 부리오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은 '공간의 존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큰 문제는 문명이 발전되고 공간이 계속해서 사라진다는 것인데요. 특히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공간에 대해서 크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판소리’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우리의 전통음악으로 바로 이해하시는 경향이 있지만 ‘판’은 공간을 의미합니다. ‘공공장소에서 나는 소리’이자 판소리가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음악임을 고려해 보면 ‘주변부의 목소리’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술작품을 통해 공간 안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내는 소리에 주목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성찰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부리오 감독은 리서치 단계에서 접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감명 깊게 보았다고 합니다. 소리꾼을 다루는 영화면서도 소리만큼이나 풍경에 섬세하게 신경 쓴 영화임을 알고, 소리와 공간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니콜라 부리오'를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으로 선정한 건 어떤 이유에 섭니까.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예술감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레이터이자 비평가입니다.

그가 쓴 '관계의 미학'은 혼성적인 동시대 미술을 분석하는 좋은 틀거지가 되었고요.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 중 그의 이론을 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동시대 미술을 진단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점차 다층적으로 분화하는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광주비엔날레가 매회 동시대 담론을 펼치는 장이 되어온 것처럼 인류가 마주한 고민들을 미술로 풀어내기에 역량이 뛰어난 감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 예술감독만큼 화제가 되는 인물이 또 있습니다.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입니다. 광주비엔날레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요?

2016년 광주비엔날레 포럼에 참여해 발언 중인 한강 작가,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한강 작가는 2016년 제11회 광주비엔날레 때부터 연이 닿았습니다.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2007)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해인 2016년 광주비엔날레 포럼에 한강 작가를 초청해 5·18민주화운동이 모티프가 된 소설 ‘소년이 온다’(2014) 일부 낭독을 요청한 것이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후 2022년 베니스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특별전 '꽃 핀 쪽으로'(to where the flowers are blooming)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6장 제목 '꽃 핀 쪽으로'를 차용하기도 했고요. 같은 해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한강 작가와의 대화: ‘소년이 온다’를 읽고‘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 그렇다면 한강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었습니까.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한강 작가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의 기획을 한글로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우리말을 의역해 주었습니다.

1전시실부터 5전시실까지의 전시 구성의 소제목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 등이 한강 작가의 언어로 풀이된 소제목입니다.

지난 9월 6일 있었던 개막식에서는 한강 작가가 써준 시를 한강 작가 본인의 목소리로 낭독한 음성 파일을 배경으로 현대무용과 국악이 어우러진 개막 공연이 있었습니다.

▮ 부딪힘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한 전시엔 무엇을 담았을까요?

판소리가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사 구조가 있는 음악이듯이 이번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또한 소리라는 큰 주제 아래 묶여있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1전시실에서 5전시실까지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라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전시실을 들어설 때마다 전환되는 장면이나 다른 분위기로 연출되는 대형 설치 작품을 보는 게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나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작품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 보시고 시각 말고도 다른 감각을 활용해 작품을 감상하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외에 네 번째 섹션인 ‘양림-소리숲’은 양림동이라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외부 전시장이 됩니다. 옛파출소건물이나 빈집을 활용한 전시장도 특색이 있으니 마을 전체를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앞서 말씀하셨습니다만, 작품을 보다 보면 영화 세트장을 거니는 듯했지 싶습니다. 그중 작가 '비앙카 봉디'의 작품이 생각납니다.

비앙카 봉디(Bianca Bondi), 길고 어두운 헤엄(The Long Dark Swim), 2024,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비앙카 봉디는 개인적으로 생태학과 오컬트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를 풀어낸 설치 작업을 주로 선보입니다.

‘길고 어두운 헤엄’(2024)은 탁 트인 공간에 하얀 소금 사막을 둘러놓고 이 몽환적인 풍경 속에 일상의 물건을 기묘하게 배치했습니다. 소금 사막 가운데 신비한 물웅덩이나 그 옆에 놓인 다섯 개의 허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공간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인데요.

비앙카 봉디 작품 뒤에 펼쳐진 도미니크 놀스의 대형 회화 작업까지 하나의 작품처럼 연결됩니다. 중정을 지나 4전시실로 진입하면 처음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앞 전시실과 또 다른 장면 전환처럼 펼쳐지니 직접 보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맥스 후퍼 슈나이더'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맥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 용해의 들판(LYSIS FIELD), 2024,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해포식으로 작품 일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브론즈 조각 한 점을 공개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슈나이더의 작품이 이렇게 큰 대형 설치 작품일 줄은 몰랐을 겁니다.

작가는 8월 말 한창 더울 때 광주에 와서 이 대형 작업을 설치하기 위해 며칠을 매달렸는데요.

슈나이더는 주로 폐기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살아 있든 죽어 있든 모든 물질은 ‘죽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유동한다는 작가의 믿음이 작품으로 구현된 것입니다. 유기물과 무기물이 한데 어울려 있고, 폐기물과 식물이 혼합된 장면은 디스토피아를 말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감지할 수 있게 합니다. 

직접 작품을 거닐어 보며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 광주에서 펼쳐지는 15회 광주비엔날레,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31개의 파빌리온이 펼쳐집니다.

2018년 3개 기관의 참여로 시작했다가 올해는 창설 30주년을 맞이해 31개의 파빌리온이 광주 전역에 자리합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근처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역사민속박물관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도시관 광주 파빌리온과 네덜란드 파빌리온, 그리고 독일 파빌리온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9개의 아세안국가 파빌리온을 관람하실 수 있고요. 금남로 4가와 5가역 부근에도 페루, 아르헨티나, 카타르, 뉴질랜드, 스웨덴, 일본 파빌리온이 곳곳에 있습니다. 양림동에서도 덴마크, 스페인 예술, 캐나다, 오스트리아, 폴란드 파빌리온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광주에 놀러 오셔서 여행을 즐기다가 주변을 둘러보시면 쉽게 파빌리온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외에도 파빌리온 전시까지 두루 살펴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 장소: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광역시 일원 (매주 월요일 휴관)

- 일정: ~ 2024년 12월 1일

- 관람료: 유료

- 무료 순환셔틀: 비엔날레 입장권 소지자에 한해 탑승 가능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충청 #충북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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