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2G 다 잡을 줄은…" 작전 변경이 신의 한 수, 이범호 감독 KS 초유의 '1일 2승' 사령탑
[OSEN=광주,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하루에 2승을 올렸다.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이 만든 진풍경으로 이범호 KIA 감독은 사령탑으로 맞이한 첫 KS에서 1일 2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는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2024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을 5-1로 역전승했다. 이어 열린 KS 2차전도 8-3으로 삼성을 꺾은 KIA는 홈에서 3일에 걸쳐 열린 2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KS 1~2차전을 2연승한 팀의 우승 확률은 90%(20회 중 18회)에 달한다.
심술궂은 가을비 때문에 2박3일이 걸린 1차전이 최대 승부처였다.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에서 재개된 경기. 이범호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고,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와 결정구를 갖고 있는 전상현 카드를 밀어붙였다.
전날(22일) 우천 순연이 되기 전까지 좌완 이준영을 좌타자 김영웅 타석에 짧게 쓰고 전상현을 우타자 박병호 타석에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23일 경기 전 이범호 감독은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이준영을 쓰지 않고 재개 시점이 시작되자마자 전상현을 바로 붙인 것이다.
전상현은 초구를 던지기 전 발을 풀고 2루로 견제 모션을 취하며 배트를 내린 김영웅이 번트 의도를 확인했다. 결국 초구에 김영웅이 번트를 제대로 못 굴렸다. 포수 앞에 떨어진 공을 김태군이 빠르게 3루로 던져 선행 주자를 잡아내 흐름을 끊었다. 한 고비를 넘긴 전상현은 몸쪽 직구로 박병호의 체크 스윙을 유도하며 삼진 잡은 뒤 윤정빈에게 볼넷을 줬지만 이재현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전상현이 7회초 2사까지 1⅔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7회초 2사 2루에서 좌타자 르윈 디아즈 타석에 이범호 감독은 전상현을 내리고 좌완 곽도규를 올렸다. 곽도규가 디아즈를 루킹 삼진 처리하면서 또 한 번 고비를 넘겼고, 7회말 상대 연속 폭투로 동점과 역전 득점을 올린 뒤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김도영의 연속 적시타로 한 번에 4점을 내며 승기를 굳혔다.
1차전에서 두 번의 투수 교체 성공으로 큰 고비를 넘기고 역전승한 KIA는 2차전을 비교적 손쉽게 이겼다. 1회말부터 삼성 선발 황동재를 공략하며 5득점 빅이닝으로 몰아붙였다.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이 되기 전까지 5이닝 산발 2안타로 꽉 막혀있던 타선의 수문이 열렸다. 김도영은 2회말 KS 첫 홈런을 신고하며 몸이 완전히 풀렸다. 선발투수 양현종도 위기 관리 능력으로 5⅓이닝 2실점(1자책) 역투를 펼치며 승리를 따냈다.
KS 역사상 최초로 하루에 2승을 거둔 사령탑이 된 이범호 감독은 "2경기 다 잡을 거라고 생각 안 했다. 1차전에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며 2차전은 조금 편하게 치렀던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이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KS 1~2차전 승리 소감.
“하루에 2경기를 다 잡을 거라고 생각 안 했다. 1차전에 전상현이 중요한 상황에서 정말 잘 끊어줬다. 그 상황을 선수들이 이겨내면서 2차전은 조금 더 편하게 치렀던 것 같다. 첫 경기 못 잡으면 두 번째 경기도 힘든 상황이 될 수 있었다. 2차전에선 양현종과 중간 투수들이 잘 던졌고, 타자들도 1점씩 꼭 점수를 내야 할 타이밍에 진루타도 치고, 팀을 위해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1차전 6회초 전상현 투입하기까지 고민 많이 했는데.
“그 고민을 오래 했다. 왼쪽 투수로 한 번 끊고 갈까, 상대가 번트를 댈지 칠지 이걸로 고민이 많았다. 비가 와서 하루 더 고민을 하다 보니 어떤 게 더 나을지 계속 고민했다. 확실히 우리 팀 중간 필승조 중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 안정적인 투수가 누구일까 생각해서 마무리 정해영을 제외하고 전상현으로 택했다. 정공법으로 밀어붙였고, 투수들이 잘 준비했다 구위만 믿고 올렸는데 확실히 전상현이 잘 막아줬다. 1차전을 이기면서 2차전을 좀 더 쉬운 경기로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상황에 김영웅의 번트를 예상했나.
“장현식이 던질 때는 강공 사인이 났다. 올 시즌 김영웅이 번트를 1개 댔더라. 번트 자세가 나오면 대주고 1점 주는 야구를 하려고 했다. 번트가 안 나오면 잡아내서 점수를 안 주는 야구를 하자고 포수 김태군과 얘기했다. 기습 번트처럼 번트가 나왔는데 김태군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냈다. 삼성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번트를 댄 상황에서 우리한테 조금 더 운이 따라줬다.”
-어제 계획상 원래 누구 올리려고 했나.
“어제까지는 왼손 이준영을 한 번 내는 것으로 계획했다. 만약 볼넷이 되면 노아웃 만루에 전상현을 올릴 생각이었다. 아웃을 잡으면 1사 1,2루에 전상현을 낼 생각이었다. 이준영 다음에 바로 붙일 생각이었지만 고민 끝에 바로 전상현을 붙이자고 코치들과 얘기했다. 그렇게 밀어붙인 게 주효했다.”
-1루수 활용에 대한 방법은 어떻게 가져갈지.
“그게 가장 고민이긴 하다. 조금씩 돌아가면서 그날그날 컨디션을 보고, 상대 투수가 어떤지 보겠다. 타격보다 수비가 중요한 시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서건창, 이우성, 변우혁 3명의 선수가 그 상황에 따라 돌아가며 치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컨디션이 좋고, 상대 전적이 유리한 선수를 보면서 공격했으면 수비로 바꿔주고 그렇게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2차전 두 경기 모두 정해영이 마무리했는데.
“1차전에서 공 10개 던졌고, 오래 쉰 상태였다. 내일이 휴식이기도 했다. 마지막은 마무리가 던져서 이기고 싶었다. 2경기 다 잡아놓으면 편하다. (주자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던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어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깔끔하게 끝내기 위해 올렸다,”
-김도영이 홈런도 치고 좋은 활약했는데.
“홈런을 친 것보다는 1회 (무사 2,3루에서 2루 땅볼로) 진루타를 쳐서 타점 올려주고 2루 주자를 3루로 보낸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본다. 수비에서도 어려운 타구들을 잘 잡아줬다. 수비, 도루, 홈런, 진루타 등 젊은 선수가 많은 플레이를 2경기에서 보여줬다. 1회에 점수가 안 났으면 우리가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김도영이 자기 희생을 하면서 1점을 낸 게 크다. 이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독으로 치러본 KS 느낌은 어떤지.
“짧은 순간에 바로바로 판단을 해야 하는 거라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제 선택 하나에 기아 팬분들과 우리 선수들의 고생한 것이 물걸품이 될 수 있기 떄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준비했다. 오늘 경기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게끔 준비시켰다. 저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해가면서 이길 수 있는 쪽으로 했다. 오늘 경기는 꼭 잡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걸맞는 모습들을 선수들이 보여줘서 여러 가지 면에서 감사하다.”
-타선이 깨어난 느낌이 드는데 서스펜디드 게임 영향도 있었나.
“선수들의 몸이 풀리지 않았나 싶다. 첫 경기 하고 나면 두 번째 경기부터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다, (이틀 전) 5회를 하고 쉬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상황적인 면에서 긴장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확실히 첫 경기보다 두 번째 경기가 나았고, 1차전보다 2차전이 좀 더 나아졌다. 3차전부터 체력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라 그런 것도 잘 챙겨가면서 준비하겠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