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LG 불펜 다 어디 갔을까? 겪어본 적 없는 집단 부진, 원인 분석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신원철 기자 2024. 10. 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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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 시즌 동안 선수들 최선을 다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올 시즌 중간 투수들 성장이 더디면서 어려웠다" LG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이루지 못 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불펜의 더딘 성장을 꼽았다. 그런데 LG 불펜에는 '역성장'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선수단이 지난 19일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고우석이 미국으로 떠나서? 함덕주가 수술대에 올라서? 아니면 다른 이유? 그 많던 LG 불펜투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왜 가을 야구에서는 매일 같이 선발투수들이 '불펜 알바'를 감수해야 했을까.

'왕조'를 외치기에 앞서 LG가 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그리고 지금이 골든타임일 수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겪어본 적 없는 문제가 단 1년 만에 불거졌다면 오히려 원인을 찾기 쉬울 수 있다.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이기 전에.

LG 트윈스는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0-1로 지면서 2024년 시즌을 마무리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LG는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투수들을 불펜에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운 끝에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가 두 차례 우천 연기로 '격일제' 시리즈가 되면서 불펜 운영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준플레이오프와 달리 이번에는 첫 두 경기 선발 싸움에서 밀려 주도권을 빼앗겼다.

돌아보면 LG가 승리한 포스트시즌 경기에는 전부 선발투수의 불펜 기용이 있었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 기간 승패를 떠나 5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손주영은 3차전에서 5⅓이닝, 5차전에서 2이닝을 구원 등판해 1승 1홀드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1승 역시 임찬규(5⅓이닝)에 이어 에르난데스가 3⅔이닝을 책임진 덕분이었다.

▲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염경엽 감독. 에르난데스는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⅓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3⅔이닝 동안 1-0 리드를 지켰다. ⓒ곽혜미 기자
▲ LG 손주영은 올해 처음 규정이닝을 채웠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 차례 구원 등판해 7⅓이닝 무실점 1승 1홀드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사흘 휴식 후 등판을 거듭하다 팔꿈치 근육통을 앓았다. ⓒ곽혜미 기자

정규시즌에서는 볼 수 없는 단기전 특화 전략이 적중했다. 그러나 LG의 포스트시즌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막을 내렸고, 이제는 다시 정규시즌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무엇보다 지난 수 년 동안 팀의 강점이었던 불펜진이 왜 올해 유독 힘을 쓰지 못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2020년 이후 LG는 늘 공격력보다는 투수력, 특히 안정적인 불펜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은 2020년 4.61(2위) 2021년 3.28(1위) 2022년 2.89(1위) 2023년 3.43(1위)로 4년 연속 최상위권이었다. 지난해에는 공격력까지 받쳐준 덕분에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4승 1패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은 5.21로 6위에 머물렀다.

타고투저 환경, 주력 불펜자원 이탈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눈에 띄는 점은 또 있다. 지난해 성과가 있었던 선수들이 갑자기, 그것도 집단적으로 부진에 빠졌다는 점이다. 염경엽 감독이 찍은 '새 얼굴' 후보들도 기대대로 성장하지 못한 탓에 LG는 시즌 내내 뒷문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왼손 불펜자원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38⅓이닝을 투구했던 이우찬은 평균자책점이 3.52에서 7.83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최동환은 3.19에서 6.95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고 결국 자진 방출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필승조였던 백승현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1.58에서 올해 9.11로 올랐다. 지난해 구원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던 이지강은 올해 같은 조건에서 4.1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입단한 박명근은 평균자책점이 지난해 5.03에서 올해 6.39로 올랐다. 올해 신인 진우영은 패스트볼 회전 수가 팀 내 톱클래스였지만 1군에서는 6경기 평균자책점 4.70만 남기고 퓨처스 팀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었다. 유영찬이 마무리에 안착하고,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이종준이 시즌 막판 1군 경험을 쌓으면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은 성과였지만 성공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숫자로도 증명이 된다.

▲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LG는 2024년 시즌을 플레이오프 1승 3패 탈락으로 마무리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의 불펜 전환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는 첫 2경기를 선발 싸움에서 밀린 탓에 승부수를 띄울 틈이 없었다. ⓒ곽혜미 기자

투수코치 교체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염경엽 감독 재임 기간 2년 동안 LG에서는 네 명의 투수코치가 1군을 거쳐갔다. 먼저 지난해 개막을 코앞에 두고 경헌호 투수코치가 건강상의 이유로 퓨처스 투수코치로 보직을 옮겼다.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 기간에도 1군 투수코치를 맡고 있었는데 개막 직전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다.

불펜이 약점으로 떠오른 올해에는 무려 세 번의 투수코치 교체가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던 김경태 코치가 7월 16일 1군에서 퓨처스 팀으로 이동했다. 역시 건강 문제로 1군을 떠났다. 이때 잔류군에서 1군 투수코치로 올라온, 염경엽 감독과 인연이 깊은 최상덕 코치는 두 달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8월 29일부로 김광삼 전 불펜코치가 1군 메인 투수코치로 부임해 포스트시즌까지 책임졌다.

#LG 2024년 투수코치별 팀 성적

김경태 코치(개막~7월 15일) 팀 ERA 4.52(3위) 불펜 ERA 4.87(3위)

최상덕 코치(7월 16일~8월 28일) 팀 ERA 4.99(6위) 불펜 ERA 6.04(8위)

김광삼 코치(8월 29일~시즌 끝) 팀 ERA 4.59(3위) 불펜 ERA 5.51(5위)

염경엽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마치면서 "올 한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 시즌 동안 선수들 최선을 다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중간 투수들 성장이 더뎌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올해 마무리 훈련부터 채워나가겠다"고 했다. 문제점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원인을 찾는 일은 또다른 문제다. LG는 23일부터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 LG 트윈스는 23일부터 마무리 훈련에 들어갔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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