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위 국감의 단골 증인들

김성은 기자 2024. 10. 2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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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피터 곽(곽근엽) 아디다스코리아(아디다스)대표의 증인 출석이었다.

캐나다 국적의 곽 대표는 이날 통역사를 데려와 의원들의 질문을 영어로 통역받고 답도 영어로 했다.

문제는 곽 대표가 지난해 국감에서는 물론 평소 사업장에서도 한국어 소통에 문제가 없었단 점이다.

언어나 태도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곽 대표가 같은 문제로 2년째 국감장에 섰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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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21.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피터 곽(곽근엽) 아디다스코리아(아디다스)대표의 증인 출석이었다. 캐나다 국적의 곽 대표는 이날 통역사를 데려와 의원들의 질문을 영어로 통역받고 답도 영어로 했다. 문제는 곽 대표가 지난해 국감에서는 물론 평소 사업장에서도 한국어 소통에 문제가 없었단 점이다. 곽 대표는 부정확한 한국어로 답할 경우 위증 위험이 있어 통역을 썼다고 해명했지만 의원석에서는 "작년엔 한국말 하던 분이 올해는 못하나"란 질타가 쏟아졌다.

언어나 태도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곽 대표가 같은 문제로 2년째 국감장에 섰다는 사실이다. 2022년 아디다스는 전국 120곳 넘는 대리점 중 19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가맹점주들은 아디다스의 '갑질'이라고 호소했다.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나온 아디다스 전국점주협의회 회장은 "지난 1년간 회사 측과 상생에 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다. 문제 해결이 전혀 안 된 채 1년의 시간만 흐른 셈이다.

아디다스와 같은 가맹본부 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도 매년 국감에 나오는 단골 증인들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 의혹이 이유다. 이날 함께 국감장에 선 국내 최대 배달 서비스 플랫폼 기업 '배달의민족'(배민)이 대표적이다. 배민은 지난해 노출 순위를 올릴 수 있는 '깃발' 광고 수익으로 자영업자들의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단 지적을 받았는데, 올해는 일방적으로 배달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올려 자영업자, 소비자에게 모두 부담을 전가했다고 비판을 받았다.

같은 기업들이 매년 국감에 불려나오는 게 비단 기업들만의 책임일까. 경제활동의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공정위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년이 지나도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단 점에서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더욱 늘어날텐데, 이미 지적된 문제도 못 고치는 게 현실이다. 이날 국감에선 자율규제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등 근본적인 문제들도 제기됐다. 내년 국감은 같은 지적을 되풀이하는 자리가 아니라 개선 사항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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