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은 입증 어려워… 자주 쓰는 앱 알아두고 증거 확보를

최예나 기자 2024. 10. 2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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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재단이 알려주는 사이버 폭력 징후와 대처법
휴대전화 보면서 불안해하는 등
돌발 행동 주의 깊게 지켜보고, 학교 생활에 관해 질문해봐야
피해 사실 학교에 알려 협조 구하고, 등교 힘들면 출석 인정 센터 활용
게티이미지코리아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서 학교폭력을 겪었다고 응답한 초중고교생 비율은 2.1%로 해당 조사가 실시된 2013년(2.2%) 이후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39.4%), 집단 따돌림 및 신체 폭력(각 15.5%), 사이버 폭력(7.4%), 성폭력(5.9%)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폭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수업을 많이 한 2020년 12.3%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까지 6.9%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7.4%로 늘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공익법인 푸른나무재단의 김미정 상담본부장으로부터 자녀가 사이버 폭력에 시달릴 때의 징후와 대처법 등을 물었다.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위해 김종기 설립자가 1995년 세운 단체다.

―딥페이크 등으로 사이버 폭력 유형이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피해자를 사칭해 온라인에 피해자인 것처럼 글을 올리는 형태가 많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언제든 연락 달라’, ‘이런 걸 원한다’ 등의 글을 올리는 식이다. 피해자의 가짜 SNS를 만들거나 피해자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 사진을 함께 올리기도 한다.”

―피해자는 사이버 폭력을 어떻게 알게 되나.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나중에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에서 ‘왜 그런 글을 올렸어’라는 질문을 받거나 수군거리는 걸 듣고서야 알게 된다. 이미 가해자가 만든 게시글이나 사진이 널리 퍼진 상태에서 피해를 인지하는 것이다. 보통 가해자가 SNS에 글을 올릴 때 검색어로 신상정보를 올리기 때문에 피해자가 다니는 학교나 반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거주지 인근뿐 아니라 해외까지도 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피해자가 어느 정도 힘들어하나.

“자살을 시도한 피해자도 있었다. 신체 폭력은 몸에 멍이라도 남으니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쉽다. 하지만 사이버 폭력은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억울한데 그걸 입증하기가 어렵다. 가해자를 특정하기 힘들다 보니 주변 친구를 못 믿게 되고, 게시물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어 어딜 가든 두렵다. 그럼에도 사이버 폭력 실태를 잘 모르는 부모는 피해자 아이에게 ‘왜 그런 글을 올렸느냐’고 오히려 야단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제대로 공감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한다는 점을 사이버 폭력 피해자들은 가장 힘들어한다.”


―자녀가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대표적 증상은 아이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붙잡고 잠을 못 자거나 너무 많이 자기도 한다. 휴대전화를 잡고 갑자기 뛰어나가거나 하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집에 울며 돌어온다거나, 몸을 떨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방에서 안 나오거나 갑자기 학교에 안 간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밥을 못 먹거나 갑자기 많이 먹기도 한다.”

―사이버 폭력 피해 의심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요즘 휴대전화를 쓸 때 표정이 예전과 다르게 어두워 보이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내용을 제대로 모르면서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하는 건 금물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네 편이고, 무슨 일이 생기면 지켜주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부모를 믿고 말할 수 있다.”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아이의 안정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동의를 구해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부모가 보관하며 아이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음은 증거 확보다. 딥페이크 음란물, SNS에서의 따돌림 등 사이버 폭력은 유포가 빠른 반면 증거 확보는 매우 어렵다. 문제가 되는 단체 채팅방이나 게시판을 특정할 수 있다면 부모가 다 캡처해 그 안에 어떤 아이가 있고 누가 동조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화난다고 채팅방에서 나와 버리면 자녀의 피해를 증빙할 길이 없어진다. 괴롭더라도 부모가 안 하면 피해자인 자녀가 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에는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수집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 아이가 사이버 폭력 피해자라고 말해야 한다. 또 학교에도 증거 자료를 모아 달라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제외되거나 모르는 단체 채팅방이나 게시판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을 수 있다. 보통 주변 학생들은 암암리에 누가 가해자이고 동조자인지 안다. 하지만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당할 수 있어 교사가 휴대전화 조사를 하긴 쉽지 않다. 이는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도 교사가 피해 학생을 위해 ‘가해에 동조하지 않고 있지만 문제임을 아는 학생’을 잘 설득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할 수 있나.

“가해자가 명확하면 학교에서 관련 학생을 일정 기간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버 폭력 상당수는 가해자가 누군지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는 교실, 복도,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학생 중 누가 가해자인지 몰라 불안하다. 등교가 어려울 정도라면 푸른나무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 지원 위드위센터’에서 공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1∼3개월까지 학교 출석을 인정받으며 공부와 치료, 진로 체험, 적응 준비 등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2020년 3월 개소 후 지금까지 피해 학생 3648명이 이 센터를 이용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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