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채용 줄고 월급 꽁꽁… ‘富의 사다리’ 휘청거린다

세종=송혜미 기자 2024. 10. 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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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23년 연령대별 임금 분석
22년간 60대 월급 205% 뛸 때… 20대 121% 그쳐 실질상승 51%뿐
대기업 20대 채용비중 절반 턱걸이… “소득 정체돼 부모 세대보다 가난”

최근 20여 년간 20대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며 저소득·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이 많아진 영향이다. 반면 60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3배로 뛰어 20대 평균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었지만 청년들은 그 과실에서 소외되다시피 한 셈이다. 이미 저성장이 굳어지는 추세라 이대로라면 지금의 청년층은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부(富)의 사다리’를 올라타지 못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3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해 2001∼2023년 연령별 임금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대 근로자가 받는 평균 임금은 2001년 104만1000원에서 지난해 230만3000원으로 121.2% 올랐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딛는 때인 20대 후반(25∼29세)으로 좁히더라도 117만1000원에서 257만6000원으로 올라 임금이 오른 정도(120%)가 비슷했다. 물가 상승률을 걷어내면 20대의 실질임금은 51.5%만 올랐다.

20대의 임금 상승률은 주요 경제활동인구인 20∼60대 근로자 가운데 가장 낮다. 임금 상승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는데, 특히 60대는 205.5%로 3배 넘게 뛰었다. 그 결과 2001년만 해도 20대보다 26만 원가량 적었던 60대 평균 임금은 오히려 지난해에는 20대보다 7만 원 넘게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은 고소득에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대기업의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LG그룹과 SK그룹 등이 잇따라 공개 채용 제도를 폐지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신규 채용 연령대를 공개하고 있는 15대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57.5% 수준이었던 20대 신규 채용 비율은 지난해 50.8%까지 낮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은 소득이 정체돼 있다시피 해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해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인적자본을 쌓을 시기를 놓치면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평생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임금상승률, 전 연령대서 꼴찌… 월급도 60대에 추월당해

[‘富의 사다리’ 잃어버린 청년세대]
韓, 대졸 청년비율 70% ‘OECD 1위’…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11.5개월
좋은 일자리 부족, 취업준비 길어져… 저임금 전전하다 구직 포기하기도
“청년들 경기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

올 초 1년간 다닌 중소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이모 씨(28)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두 달째 그냥 쉬고 있다. 공채가 집중되고 있는 시기지만 상반기(1∼6월)에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떨어진 탓에 지금은 한 걸음 물러나 ‘취업을 준비 중’이다.

20대인 이 씨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퇴사다. 적은 월급에 근무환경이 열악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속해 이직했다. 이 씨는 “직전 회사에서는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월급을 받고 일주일 내내 야근을 했다. 심지어는 휴가도 못 쓰게 해 퇴사를 결심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은 회사 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참고 다녀 볼걸 후회도 된다”고 했다.

20대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꼴찌로 나타난 건 이 씨처럼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층이 많아진 결과다. 길어지는 취업 준비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구직을 아예 포기한 청년들은 정부의 고민거리로까지 떠올랐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는데 20대가 제때 커리어를 쌓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취업시장서 소외된 20대… 60대에 월급 추월당해

23일 동아일보가 2001∼2023년 연령별 임금자료를 전수 분석해보니 2023년 20대 근로자가 받는 월 급여는 평균 230만3000원으로, 20∼60대 가운데 가장 적었다. 특히 60대의 경우 2001년에는 평균 77만8000원을 받아 20대(104만1000원)보다 적었는데, 지난해에는 237만7000원으로 20대보다도 7만 원 넘게 더 받았다.

60대 근로자 임금이 20대를 앞지른 건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 2019년 이후 지난해가 역대 세 번째다. 2018년과 2019년에는 60대 임금이 각각 4000원, 9000원 더 많아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작년엔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60대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거 취업한 반면 20대 고용은 나빠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년간 60대의 임금 상승률이 205.5%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178.1%), 40대(147.1%), 30대(139.3%), 20대(121.2%) 순이었다. 10대 임금은 이 기간 60만2000원에서 84만7000원으로 40.7%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29.1% 뒷걸음질했다.

중소기업 제약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 씨(28)는 “4000만 원이 안 되는 지금 연봉으로는 결혼하고 집 사고 아이를 낳는 미래가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며 “대기업 직장인이 아니면 평범한 삶을 살기도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퇴근 후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 취업 준비 기간만 약 1년 ‘역대 최장’

20대가 취업 시장에서 밀려나며 임금에서도 페널티를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소득에 근무 환경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결과로, 이 때문에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15∼29세 청년들은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역대 가장 긴 11.5개월을 쓰고 있었다. ‘역대 최장 취준생’ 시대가 열린 셈이다.

2018년부터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2년 전 포기한 유모 씨(30)는 대기업과 공기업이라면 직군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신입 공채에 지원서를 쓰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지원한 곳만 약 110곳인데 취업 준비 6년째인 올해도 여전히 백수다. 유 씨는 “수료 상태인 대학 졸업을 더 미루기 어려워서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며 “중간에라도 취업에 성공하면 대학원은 굳이 졸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의 취업이 유난히 힘든 건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 비율(69.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였지만 이 중 16.9%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많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을 하지 않는 청년 ‘니트족’ 비중 역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13개국 중 3위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부터 다른 연령대는 모두 취업자가 느는 반면 청년층은 고용이 오히려 가라앉고 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영향에 더해 청년들이 경기 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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