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압박에… 은행 대출규정 석달새 21회 강화

신무경 기자 2024. 10.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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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 3개월(7∼9월)간 21차례나 여신심사 규정을 강화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고자 금리 인상 카드를 쓰던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비판에 금리를 올리는 대신 대출 규정을 앞다퉈 강화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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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더 세게 개입” 발언 후
은행들 연일 가계대출 강력 조치
설익은 대출규제로 시장 더 왜곡
현장 혼란 커지며 소비자들 피해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 3개월(7∼9월)간 21차례나 여신심사 규정을 강화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고자 금리 인상 카드를 쓰던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비판에 금리를 올리는 대신 대출 규정을 앞다퉈 강화한 결과다. ‘자율 규제’라지만 갑작스레 쏟아진 대출 규제에 은행 창구는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지금도 대출 현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으로 언제 또 대출 규정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감돈다.
23일 금융감독원이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별 자율 여신심사 강화 조치 내용’에 따르면 9개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은 7월 이후 9월 23일까지 총 21번 대출 규정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은행별 자율 여신심사 강화 조치를 공식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감원은 7월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고, 은행들은 두 달여간 대출 금리 20여 차례 인상으로 대응했다.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자 8월 2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엔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세게 개입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이 전해지자 이때부터 여신심사 강화 조치 16건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금리 인상 카드를 쓰던 은행들이 부랴부랴 △수도권 대출 최장만기 축소 △1주택자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제한 등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연일 내놓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당국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시장 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개입 취지 자체는 정당하다고 항변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이 원장은 적극적인 조치로 시장이 진정됐다고 평가하면서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없었다”며 “한두 달 이후부터 다수의 차주에게 수조 원의 이자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당국의 채찍질에 대출 시장이 더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 이전인 2분기(4∼6월)에도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여신심사 강화 조치를 진행해 왔었다. 또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은행들이 연초 제시한 연간 가계부채 증가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자율 조정 노력을 이어왔다. 오히려 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에 대출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할 논리를 만들어줘 금융 소비자 부담만 가중했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의 날 선 발언에 설익은 대출 규제가 ‘소나기’식으로 쏟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간에 거칠게 개입이 들어오니 서둘러 정책을 만들게 됐고 결국 현장 혼란이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늘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은행권 가계대출 자율 관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등을 점검했다. 최근 은행 가계대출 수요가 보험·상호금융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금융회사들이 공격적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자제령을 내린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풍선효과가 커지는 것에 대비해 다양한 관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0월 22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부채는 전월 대비 7961억 원 늘어났다. 9월 증가분(5조6029억 원)보다 크게 줄어든 숫자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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