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급증, MZ가 달라졌다

김희래 기자 2024. 10. 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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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혼인 20% 늘어 역대 최대 증가율
출생아도 6% 늘어 두달 연속 증가세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한 웨딩드레스 전문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뉴스1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8월 혼인 건수가 1년 전보다 20% 늘며 다섯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출생아 수도 두 달 연속 늘어난 것이다. 젊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혼인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책들이 나오면서 “저출생 현상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8월 혼인 건수는 1만752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17건(20%) 증가했다. 8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증가율이며, 증가 폭으로는 2010년(2969건) 이후 최대다.

혼인 건수는 올해 1월 증가했다가 2~3월 감소한 이후 4월부터 8월까지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은 결혼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혼인 건수가 2월(1만6949건)과 3월(1만7198건)을 앞질렀다.

혼인 증가세와 함께 출생아 수도 올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 출생아 수는 2만98명으로 1년 전보다 5.9% 늘었다. 지난 7월 2만601명(7.9%)에 이어 두 달 연속 2만명을 웃돌았다. 출생아 수는 2016년(-7.3%)부터 지난해(-7.7%)까지 8년 연속 감소했는데, 현재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9년 만에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혼인과 출생이 동반 증가한 원인으로 무엇보다 ‘20·30세대’의 달라진 인식이 꼽힌다. 혼인과 출산의 필요성을 느끼는 젊은 층이 늘어난 데다 정부 차원의 일·가정 양립 지원책들이 나오면서 혼인 건수 증가와 출생아 수 증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이날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은 “현 정부 들어 일·가족 양립, 주거 지원, 양육·돌봄 정책을 많이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진영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7)씨 부부는 지난 8월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 김씨는 3년 전 결혼한 이후 줄곧 2세 계획을 미뤄왔는데, 최근 신생아 특례 대출,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기회 추가 제공 등 출산 가구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 대책이 나오면서 출산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국회에서 법을 바꾸지 않고도 시행 가능한 대책들이 많아,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출생아 수 9년 만에 반등하나

올해 7~8월 출생아 수 추이가 증가 흐름을 보이면서 올해 연 단위 출생아 수가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출생아 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생아 수는 2만98명으로 1년 전보다 1124명(5.9%) 증가했다. 7월(1516명)에 이어 두 달째 1000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8월 기준으로 보면 2012년(2095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증가율 기준으로도 2010년(6.1%) 이후 가장 높다.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20명으로 전년보다 0.7% 소폭 증가한 것을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감소해 왔다. 2016년 40만6243명이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3만28명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출생아 수가 증가 흐름을 타면서 올해 연간 출생아 증가율이 9년 만에 플러스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출생아 수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수준으로 밑바닥을 쳤기 때문에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8월 출생아 수는 15만801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15만8609명)에 비해 598명(0.4%)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3년에는 2022년에 비해 1~8월 출생아 수가 7%쯤 적었는데, 이 차이가 올해 0.4%까지 좁혀졌다. 7·8월에 출생아가 1년 전보다 각각 1000명 이상씩 늘어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출생아 수도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결혼·출산에 확 달라진 MZ 세대

출생아 수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는 젊은 세대의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꼽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달 25~39세 청년 25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5.4%로 6개월 전에 실시한 조사(61%)보다 4.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30~39세 여성의 결혼 의향이 11.6%포인트 크게 늘어나 60%를 기록했다.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한 25~29세 여성들의 응답 비율도 6개월 전보다 13.7%포인트 높아진 48.1%로 집계됐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61.1%에서 지난달 68.2%로 7.1%포인트 증가했다.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녀가 없는 기혼 무자녀 응답자의 출산 의향도 50.7%로 8.3%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인식 변화에는 신혼부부·출산 가구에 대한 각종 정부 지원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결혼한 김모(29)씨는 “신생아 주택 특례 대출이나 부모급여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특히 내년부터는 결혼특별세액공제도 지급한다고 해, 결혼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 0.7명대 방어할 듯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개선될 가능성도 커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말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0.98명) 처음 0명대로 떨어져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0.78명, 0.72명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출산 추세만 유지해도 올해 0.7명대를 방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적었던 것에 대한 기저 효과도 있어, 정책 효과라고 단언하긴 힘들다”며 “이럴 때일수록 이벤트성 정책이 아닌, 청년들의 삶에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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