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주년 맞은 동인문학상의 주인공, 이 다섯 중 탄생한다

황지윤 기자 2024. 10. 2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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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 5인 선정

한국 문학이 뜨겁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올해 동인문학상을 받게 될 주인공은 누굴까?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최근 독회를 열고 올해 최종심 후보로 김기태·김희선·박지영·서이제·이주혜(가나다순)를 선정했다.

올해로 55주년을 맞은 동인문학상은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독회를 열어 총 18편의 작품을 본심 후보에 올렸다. 그중 다섯 편이 최종심에 오른 것. 김기태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문학동네), 김희선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은행나무), 박지영 소설집 ‘이달의 이웃비’(민음사), 서이제 소설집 ‘낮은 해상도로부터’(문학동네), 이주혜 장편소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창비) 등이다. 심사위원들은 이달 말 수상자 선정을 위한 마지막 심사를 앞두고 있다.

사진=이태경·고운호 기자, 그래픽=양진경

2022년 등단한 김기태는 첫 소설집으로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비롯해 ‘보편 교양’ ‘롤링선더러브’ 등 동시대 감각이 살아있는 세태소설로 호평받았다. 최근까지 8쇄(3만3000부)를 찍으며 인기 신인의 기량을 뽐냈다. 김기태는 “내가 소설가인가. 어떤 때는 자연인으로서 썼고, 어떤 때는 직업인으로 썼다. 애인이나 죄인이나 환자로서 쓴 소설도 있다”고 했다. 그는 묻는다. “소설은 사랑과 정의의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나.” “소설에 그런 것을 꿈꾸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벽 너머에 있는 사람의 표정을 상상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희선은 올해로 등단 14년 차. 강원 원주에서 소설가 일과 약사 일을 병행한다. ‘247의 모든 것’은 그런 그의 직업적 특성을 반영하는 듯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다. 김희선은 “질병에 대한 소설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묵인했던 어떤 거대한 억압, 폭력에 대한 소설”이라고 했다. 그는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짓밟힌 사람들, 코호트 격리돼 죽어간 환자들,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썼다”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들을 위해 대신 말하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묘비’를 세우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지영은 재작년 장편 ‘고독사 워크숍’을 시작으로 지난해 소설집 ‘이달의 이웃비’ 올해 중편 ‘테레사의 오리무중’ 등 마치 말문이 트인 듯 왕성하게 쓰고 있다. 최종심에 오른 ‘이달의 이웃비’는 ‘아무나’일 수 있었던 ‘누군가’에 대한 여덟 편의 이야기. 그는 “오래 글을 쓰지 않거나 못 썼던 날들이 있고, 그런 날들 중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는 목소리가, 풍경이, 사람이 있었다”며 “그냥 사라지게 두고 싶지 않은 이웃들이 있어서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그에게 ‘이웃’은 “불편한 소음이지만 때로는 따듯한 기척이기도 한 이름”이다.

서이제의 작품은 이번 심사작 중 가장 실험적이다. 2018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그에게선 젊은 감각이 느껴진다. 평단이 그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뚝뚝 끊기는 듯한 이야기, 이를 비틂으로써 만들어내는 독특한 위트에 시선이 간다. 서이제는 “이 소설집은 디지털과 복제 기술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집필됐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는) 언제나 왜곡과 변형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명확히 구분해낼 수 없는 세계다. 나는 문학과 예술이 진실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2016년 창비신인상으로 등단해 소설가 겸 번역가로 활동하는 이주혜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은 무게감이 있다. 198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년 여성이 시옷이라는 화자를 내세워 일기를 쓰는 데서 출발한다. 이주혜는 “봄에 대해 꽃에 대해 쓰다가 결국 ‘꽃이 진 게 꽃의 잘못은 아니잖아요?’라는 무기력한 한마디에 도달했다”며 “당신들이 진 것은 결코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라도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올해 최종심에 오른 다섯 작품을 “하나의 공통된 키워드로 엮을 수 없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작물의 종류가 다양해야 태풍이 오더라도 몽땅 쓰러지지 않는다. 묶이지 않아도 괜찮다”(구효서 위원)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반면 “1990년대 이후 ‘작은 이야기’를 주창하면서 시대 문제를 뚫고 가는 소설이 실종됐다. 사생활 혹은 사적 경험 위주의 소설이 득세하게 된 추세가 절정에 달한 상황이다. 한국 문학의 주제가 사소화됐다”(정명교 위원)는 지적도 있었다.

“세계적인 추세는 장편인데 유독 한국 문학계에는 단편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월례독회에서 다룬 18편의 작품 중 무려 12편이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었다. “주목받는 소설가들이 출판사들의 상업 논리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단편으로만 소진하는 것 같다” “장편 서사를 힘 있게 끌고 가는 동력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여풍(女風)은 여전했다. 2017년·2020년 최종심 후보는 모두 여성 작가였고, 지난해에도 최종심에 오른 다섯 작가가 모두 여성이었다. 올해 최종심에 오른 5인의 소감 전문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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