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의 함께 들어요] [2] 신해철 10주기와 ‘달리기’

이대화 음악평론가 2024. 10. 24. 00: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능 날이 다가오면서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선곡되는 횟수도 늘어가고 있을 것 같다. ‘달리기’라는 노래다.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마치 수능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지어진 듯한 가사다. 실제로 교육방송 라디오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할 무렵 수험생들이 이 노래를 많이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많이 틀었던 노래로도 기억한다.

많이들 S.E.S가 원곡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은 노땐스가 오리지널이다. 노땐스는 고 신해철과 윤상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으로,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 두 사람이 뭉쳐 언론과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히트곡을 배출하는 데에 실패했고 한 장의 앨범 이후 사라졌지만 유일한 앨범 ‘골든힛트’는 종종 한국을 대표하는 명반 리스트에 포함된다. 보편적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소수의 팬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대중적 실패와 마니아들의 열광이 동시에 벌어진 이유는 그룹이 시도한 장르가 본격적인 전자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전자 음악은 시도는 됐으나 절충적으로 가요에 녹여내는 역할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노땐스는 드럼 앤드 베이스 같은 유럽 태생 신종 장르를 정면으로 시도하는 등 히트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실험을 펼쳤다. ‘질주’는 지금 들어도 ‘한국 노래 맞아?’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담하다. 당시 체감으론 정도가 훨씬 더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전자 음악 컬래버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신해철은 ‘재즈 카페’를 만들 무렵 ‘미디’라 불리는 기술을 이용해 밴드의 실제 연주 없이도 혼자 앨범을 만드는 실험에 몰두했다. 윤상도 초창기부터 미디를 이용해 곡을 만들었다. 음악 제작 신기술과 전자 악기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결국 노땐스를 통해 공통의 취향을 불살랐다. 열흘 정도 방을 잡고 온갖 전자 악기들을 가져다 놓고 합숙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얼마나 재밌었을까.

오는 10월 27일은 고 신해철이 하늘로 떠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매해 추모 흐름이 있었지만 10년을 맞이해 그를 기리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MBC에서는 ‘우리 형, 신해철’이라는 다큐를 방영했다. 유퀴즈에 고 신해철의 자녀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26일과 27일 양일간 선후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추모 공연도 열린다. 세상을 떠난 2014년 이후 가장 크게 추모 바람이 불고 있다.

점점 안정 지향적으로 흐르고 있는 가요계 상황에서 노땐스의 무모한 실험은 귀감이 된다. 주류 수퍼스타 두 사람이 대중도 소속사도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에 올인해 “혁신적” “선구적”이라 평가받는 작품을 남겼다. 거침없는 행보로 가요계에 여러 번 획을 그었던 고 신해철의 패기가 요즘 들어 더욱 그립다.

※ 유튜브 영상 | 달리기 - 노땐쓰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