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奸臣列傳] [257] 종간(從諫)도 없고 풍간(諷諫)도 없는
‘논어’ 학이편 두 번째 주제는 범상(犯上)이다. 범상이란 ‘위를 범한다’는 말로 아랫사람의 지위를 넘어서 위를 넘본다는 뜻이다. 참월(僭越) 혹은 참람(僭濫)이라고도 한다.
과연 현대 민주정치 제도하에 이런 말이 성립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공직 사회나 기업 등에는 당연히 유효하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민주정 정당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지지에 의해 지위와 권한을 부여받는다. 물론 정당 안에서는 위계질서가 있으니 범상의 문제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겠지만 말이다.
예전 이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와는 거리가 먼 지도자임이 드러났다. 공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동지가 듣고 와서 전하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리더가 아닌 것이다. 종간(從諫), 즉 간언 따르기를 물 흐르듯이 하는 귀 밝은 지도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주역’에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신하 입장에서 간언하는 도리를 말하는 언급이 나온다. ‘유붕자원방래’는 임금 입장에서 간언을 받아들이는 도리이다.
감괘(坎卦)는 어려움이 중첩된 상황인데, 이때 임금 바로 아래의 재상이나 부인은 “한 동이 술과 두 그릇의 밥을 질그릇에 담고 마음을 결속시키기를 남쪽 창문을 통해서 하면 끝내는 허물이 없다”라고 말한다. 한 동이 술과 밥 두 그릇을 질그릇에 담았다는 것은 두 사람 간의 두터운 신뢰 관계를 말한다. 남쪽 창이란 가장 밝은 창이다. 이는 임금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 그 잘못한 부분을 직접 건드리지 말고 누구라도 알아들을 만한 명백한 이치를 언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깨우쳐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공자는 에둘러 간언하는 풍간(諷諫)을 최고로 쳤다. 종간할 줄 모르는 대통령과 풍간할 줄 모르는 여당 대표의 티격태격은 우리 정치의 품격을 쌍끌이로 격하시키고 있다./경제사회연구원 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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