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내다본 ‘살만이 형’…9조 프로젝트로 이 회사 위기서 구했네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10. 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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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석화 승부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 = 에쓰오일]
22일 울산 앞바다를 끼고 있는 온산국가산업단지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프로젝트 전반을 조망하는 전망대에 오르자 88만1000㎡ 부지 한가운데 가로 약 10m, 세로 40m, 무게 3200톤의 ‘스팀 크래커’ 8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 기초물질을 생산하는 이 스팀 크래커들은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해 단일 설비 기준으론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모듈 쌓기 작업이 한창으로, 완공 시 각 스팀 크래커마다 높이가 67m에 달할 예정이다.

나프타 생산시설, 폴리머 생산 시설까지 차차 들어설 이곳 샤힌 프로젝트 부지는 흡사 작은 도시가 세워지는 듯한 인상을 줬다. 한 세대 동안 정유사업에 매진해왔지만, 향후 새로운 먹거리인 석유화학 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에쓰오일의 새 청사진이 이곳 공사현장에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3월 첫 삽을 뜬 샤힌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어의 국조(國鳥)인 ‘샤힌(매)’에서 이름을 따왔다. 탈탄소, 전기차 전환 기조로 기존 정유 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가운데, 향후 석유화학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재도약을 노린다는 함의가 담겼다. 현재 샤힌 프로젝트 관련 전체 EPC(설계·구매·건설) 공정 진행률은 40%이다.

총 투자 금액은 9조 2580억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사업 중에서 최대 규모다. 또한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한국 내 투자 중에서 가장 많다. 지난 2022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한 시기에 맞춰 투자 결정이 이뤄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프로젝트의 성공은 향후 에쓰오일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샤힌프로젝트의 핵심은 ‘수직계열화’다. 원유-나프타-에틸렌-폴리에틸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정에서의 원료를 모두 자체 조달한다는 점이다. 다른 석유화학사들은 원유 조달은 차치하고 나프타 역시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수직계열화의 가장 밑단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시설이 있다. 세계 최초로 도입된 TC2C 시설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유에서 곧바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 핵심원료를 뽑아내는 설비다. 나프타 생산효율도 높다. 정동건 프로젝트 구매·관리·조정부문장은 “나프타 이외 기타 부생 물질이 많이 나오는 전통적인 정유 시설에 비해서 나프타 추출량을 극대화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TC2C에서 만들어진 나프타는 액체 형태로 부지 내 스팀크래커로 이동한다. 스팀크래커란 나프타를 고온의 열로 분해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한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로, 현재 10개 중 8개가 이미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이렇게 생산된 에틸렌은 샤힌 프로젝트 단지 내의 ‘폴리머’ 생산시설로 옮겨진다. 이후 고부가가치의 폴리에틸렌으로 가공된 후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원유에서 시작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폴리에틸렌까지 끝나는 일련의 공정이 전부 하나의 산업 단지내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S-OIL관계자는 “원료를 외부에서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전통 석화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운송, 통관, 원가 등 비용이 절감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부가가치 석유 제품도 석유화학 원료에 대거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기존의 에쓰오일 시설에서 생산되는 저부가가치 중질유도 원료로 사용해 나프타를 생산하는 식이다.

에쓰오일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석유화학 비중이 현재 12%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이 비중은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연료유 중심의 정유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에쓰오일은 예상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지원하는 최신 기술들도 적용될 전망이다. 스팀크래커가 폐열(스팀)을 재활용해 정유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그 예다.

지역 사회에 든든한 석화 원료 공급처로도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정동건 부문장은 “울산 내 석화단지는 프로필렌 에틸렌 부타다인 등 원료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라며 “울산 다수의 석화 기업들이 해외에서 원료를 조달하는 등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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