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헤어질 결심?…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회의장 박차고 나갔다는데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4. 10. 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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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이재명 선고 전에
김여사 관련 의혹 해소해야”
북한인권재단 연계도 “안해”
尹 반대에도 ‘마이웨이’ 선언
추경호 “특감 원내사안” 일축
불편함 내색끝에 회의장 퇴장
대통령실 “여야 합의해와라”
野 “韓 특감 실효성 있겠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이후로 미루지는 않겠다. 대통령께도 면담 과정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국회에서 논의할 원내 사안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결론은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가팔라진 당정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번질 기세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3대 요구가 사실상 거부되자 한 대표는 23일 자신이 소집한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바로 옆자리에서 발언을 들은 추경호 원내대표는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몇 분 뒤 회의석상을 박차고 나갔다. 회의가 끝난 뒤 별도 브리핑을 한 추 원내대표는 “제가 직접 듣기는 처음이었다”면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다시 포문을 열었다. 이틀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던 그는 전날 친한동훈계 만찬에 20명 넘는 현역 의원을 모으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내달 15일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나온다”고 운을 뗀 뒤 “그 때는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중순까지는 대통령실에서 의혹을 직접 해소하든, 대통령의 배우자나 친인척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이뤄지든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서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려면 문재인 정부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던 점에 대한 사과와 북한인권재단 이사에 대한 추천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마저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특별감찰관의 추천 절차를 그 후로 미루지는 않겠다”고 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친인척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비위행위에는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와 부당하게 금품·향응을 주고 받는 행위가 포함된다.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 가운데 3명을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특별감찰관 임명을 당장 추진하겠다는 한 대표 발언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의원총회를 통해 중진 등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 원내대표가 반대할 경우 실제 특별감찰관 임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모여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3인의 후보를 결정하게 되는데,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추천을 위해서는 결국에는 원내대표의 도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임명은 원내 사안”이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날 친한계 만찬에서 추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는 얘기에 대해선 “정치 행위에 대해 정치인들은 늘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 부분은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정면 충돌은 일단 피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윤한 회동이 있던 날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한 대표의 ‘단독 드리블’을 놓고는 용산과의 결별이 본격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쏟아졌다.

앞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윤한 회동 다음날 라디오에서 “한 대표도 승부사 기질이 있다”며 “뭔가 승부수를 던질 거라고 본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슨 계파 보스인가. 하는 게 너무 아마추어 같고 답답하다”며 “어떻게 하면 대통령 선거 후보가 돼 출마해볼까 하는 것, 그것 하나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대표가 최근 전화를 걸어와 “‘당원이 어떻게 대표에게 욕을 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도 특별감찰관 추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현재로선 특별감찰관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통령과 독대도 제대로 못하는 한 대표의 주장으로 만든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실의 철옹성을 뚫어서 실효를 낼 수 있겠나. 정치적 수사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에 다다른다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이미 김건희 특검법이 나와 있는데 지금 와서 감찰에 나서겠다는 것은 좀 어긋나있다.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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