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의 초속 11.2㎞]“제발 한국인이면 LA 다저스 응원합시다”

이용균 기자 2024. 10. 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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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최초 흑인 선수 배출
용광로로 불리는 다저스 더그아웃
인종·국적 안 가리는 ‘다양성 야구’
정치의 변화·발전을 위해 ‘제한다’

스포츠 관련 온라인 은어 ‘제한다’는 ‘제발 한국인이면 LA 다저스 응원합시다’의 줄임말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제한맨’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LA 다저스는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다. 1994년 박찬호가 데뷔한 팀이고, 류현진이 2013시즌부터 7시즌 동안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다저스가 2024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와 7전4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제한다’를 할 만한 이유도 있다. 다저스에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 선수가 있다. 토미 에드먼은 지난 21일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투런 홈런 포함 4타점을 올리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주역이 됐다. 시리즈 MVP에도 뽑혔다. 에드먼은 어머니가 한국계고, 2023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중간 이름이 ‘현수’라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미국 현수’라고 불린다.

다저스 간판 타자 오타니 쇼헤이는 일본 선수지만, 국내에서의 인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응원할 만하다. 게다가 다저스는 지난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김하성이 뛰는 샌디에이고와 개막전을 치렀다. ‘우리 팀’에 가깝다.

하지만 다저스 응원의 가치는 혈연이나 지연 때문이 아니다. 다저스는 조금 특별한 야구를 한다.

다저스 더그아웃은 ‘용광로’로 통한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 언어가 뒤섞이는 곳이다. 류현진이 뛰던 2018년 다저스 개막 로스터에는 8개 국적 선수들이 포함됐다. 개막 로스터 기준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이었다.

지금도 다저스 선수단은 ‘비빔밥’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일본 선수고, 디비전시리즈에서 맹활약한 키케 에르난데스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왔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어머니가 오키나와 출신이다.

다저스의 오랜 전통이다. 다저스는 브루클린 시절,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데뷔시킨 팀이다.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일본)가 ‘메이저리그 벽’을 깨뜨릴 수 있었던 것도 다저스에서였다. 다저스의 야구는 ‘다양성의 야구’다.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은 “다저스 다이버시티(diversity)”라고 표현했다.

인종, 국적, 언어뿐만 아니라 선수의 재능도 특정 포지션에 가두지 않는다. 무키 베츠는 중견수와 유격수를 보고, ‘미국 현수’ 에드먼도 포스트시즌에서 중견수와 유격수를 오가면서 출전한다. 디비전시리즈 MVP 에르난데스는 올시즌 선발 출전 포지션이 1루수(7경기), 2루수(6경기), 3루수(60경기), 유격수(6경기), 좌익수(8경기), 중견수(6경기) 등으로 다양했다. 심지어 패전처리 투수로도 4경기 4.1이닝을 던졌다. 잘 알려진 대로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 때문에 올시즌 타자로만 뛰었지만 ‘투타겸업 선수’다.

인종도, 국적도, 언어도, 심지어 포지션도 이렇게 마구 섞인다면 그 중요하다는 ‘팀워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면 척 알아듣는, 일사불란한 ‘동일체’ 조직이 더 강한 것 아닐까.

미국 샌타클래라 대학의 케이트 베즈루코바 교수는 2015년 ‘단층선에 대한 다단계 관점, 그룹 및 조직수준 단층선 간의 영향 구분’이라는 논문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그룹 동일성에 따른 승패 차이를 계산했다. 연구 결과 오히려 조직 내 단층선이 뚜렷하고 다양성이 클수록, 그리고 그 사이의 갈등을 잘 관리할수록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았다.

조직 내 다양성이 확보되고 다른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외부 변화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저스의 포지션 다양성 역시 상대 투수 운영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팀워크도 더욱 강해진다. 로버츠 감독은 “일본 선수와 쿠바 선수가 (의사소통이 잘 안되면서도)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뜻깊고, 즐겁다”며 “그게 우리 팀이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12년 연속 가을야구에 올랐다.

그러니까, “돌을 던지면 맞고 가겠다”며 고집불통에다 검사 때처럼 일사불란만 외치는 ‘용산’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라도, 올가을엔 ‘제한다’.

분명 야구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용균 스포츠부장

이용균 스포츠부장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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