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 포장, 환경호르몬 탓 금지된 포장

김기범 기자 2024. 10. 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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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범위 제한된 PVC 재질
서울 마트·시장 조사 결과
41개 제품 중 38개 버젓이
대체재 부족 이유로 ‘예외’
박해철 의원 “원칙 확립을”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내분비계교란물질)이 포함돼 사용이 금지된 포장재가 대형마트 등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안이 없다는 핑계로 전면금지를 미루고 있는 정부의 관련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마트와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유해 포장재를 조사한 결과 환경부가 사용을 금지한 PVC(폴리염화비닐) 포장재가 다수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조사 결과 식품류 포장에 PVC 포장재가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곳과 중소마트 2곳, 식자재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랩으로 포장돼 있는 채소류, 과일류, 즉석식품 등 41개 물품을 구매해 염소측정기로 성분을 분석한 결과 41개 제품 중 38개에서 PVC 포장재가 사용되고 있었다. PVC 이외 재질로 포장된 제품은 3건에 불과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제품 6개 중 3개가 PVC 재질이었고, 동네 마트와 식자재마트,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제품은 모두 PVC 재질이었다.

식품 포장용 랩으로 많이 쓰인 PVC는 생산 과정에서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발생할 뿐 아니라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을 포함한 탓에 사용 과정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폐기할 때도 맹독성의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등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환경부는 PVC 재질의 포장재 사용을 2019년부터 금지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 예외적으로 사용을 허용했다. 예외가 허용된 품목은 대체재가 상용화되어 있지 않고, 상온에서 판매하는 햄·소시지, 물기가 있는 축·수산용 포장랩(농산물용 포장랩은 금지) 등이다. 연 매출 10억원 이상 대형마트와 식자재마트는 모두 PVC 포장재 사용이 금지돼 있고, 연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동네 마트와 전통시장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동환경연구소가 마트, 시장 등에서 구매한 PVC 포장재들을 대상으로 프탈레이트가 들었는지를 확인한 결과 일부 PVC 포장재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가소제로 대표적인 내분비계교란물질이다.

PVC 포장재 38개 중 7개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발암가능물질(2B군)로 지정한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포함돼 있었다. 이 물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라 기구, 용기, 포장 등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또 20개 제품에서는 기존 프탈레이트의 대체물질로 사용되는 DEHT(디에틸헥실테레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이 물질의 건강 영향은 아직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있지 않다.

반면 PVC 포장재 대신 사용된 폴리올레핀(PO) 포장재에서는 DEHP는 물론 DEHT 등 다른 대체 가소제도 검출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당초 올해부터 축산물과 수산물을 비롯해 모든 제품에 PVC 포장재 사용 금지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대체재 기술 개발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규제를 계속 늦추고 있다.

박 의원은 “현행 PVC 포장재 규제는 예외규정으로 인해 사실상 정책의 실효성이 상실된 만큼 예외품목에 대해서도 규제를 적용하는 등 PVC 포장재 사용 금지 원칙을 재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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