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부 지원으로 국내 중소 조선소를 살려야 한다

기자 2024. 10. 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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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소형 컨테이너선과 5만t 미만의 유조선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부산의 중소 조선소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다수 국민은 이것이 조선업과 관련된 전후방 철강업 및 기자재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경쟁력 저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중소 및 대형 조선 3사의 전방산업에는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업이 있다. 철강산업의 생산품 강재(형강 포함)는 조선소 선박 제조원가에서 약 20%에 해당하는 높은 비중의 품목이다.

국내 중소 및 대형 조선소에서는 선박 수주 입찰에 강재 가격을 반영하여 참여하는데, 강재 가격이 올라가면 수주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된다. 중소 조선소가 몰락하면 강재 판매량이 줄어들어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즉, 국내 철강사의 판매량 감소는 국내 조선 3사 강재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 조선사의 주력 분야인 컨테이너선 수주가 대거 중국으로 넘어가면 기자재 업체들의 일감이 축소되고 고용에도 영향을 준다. 컨테이너선은 래싱브리지(Lashing Bridge·컨테이너선의 덱 위에 실린 컨테이너가 흔들려서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해주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와 해치코밍(Hatch Coaming·배 갑판 아래 짐칸의 개구부 주위에 물이 안 들어오도록 높게 두른 테두리) 등으로 철의장 물량이 타 선종의 약 2.5~3배다. 또한 우리가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는 컨테이너선이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사외 협력사는 일감 부족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철의장 업체 및 사외 협력사는 중소 및 대형 조선소의 일감으로 작업을 평준화하고 인력을 유지하는데 중소 조선소가 무너지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고, 대형 조선소의 납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모성 자재 업체들 또한 사용량 감소로 대형 조선소의 단가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조선업 전후방 철강업과 기자재 산업 그리고 소모성 자재 업체들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고 대형 조선 3사만으로는 대한민국 조선업을 지탱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국가적으로도 중소 조선소를 유지해야 한다. 일각에선 조선산업의 노동집약적 특성 때문에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고용 유발 효과가 크고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미국도 한때 세계 최강의 해군 군사력을 보유했었다. 그러나 조선업 몰락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전투함, 군수지원함 등의 선박 건조 납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해군 군사력 열세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조선산업은 IMF 외환위기 때 부족한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이었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조선산업이 무너지는 모습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재앙이다.

중국은 한국 조선업을 잡기 위해 자국 조선소들을 합병하고 선박을 주문하는 선주에게 자금 지원과 막대한 금융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중소 조선소 위기에 손을 놓고 있다. 향후에는 중소 조선소에서 가격이 높은 선박을 수주하면, RG(Refund Guarantee·선수금 환급보증서) 발급이 적극 지원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 조선소, 기자재 협력공장, 하청업체 등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관리 감독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 원청과 하청의 양극화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업 원청과 하청이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보조금도 확대해야 한다. 끝으로 대형 조선사의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는 중소 조선소가 기여한다는 것도 인식했으면 한다.

전형기 경남거제 경제정책 연구회 부장

전형기 경남거제 경제정책 연구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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