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날아갔는데…정부도 정치권도 피해 구제 외면

류인하 기자 2024. 10.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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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취소’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 맹탕 국감에 ‘분통’
2년 기다렸는데 “취소” 통보뿐
분양가 급등·특공 자격 변동 등
다른 집 구할 기회도 잃어버려
“어떻게 한 명도 질의를 안 하나”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제일풍경채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최근 시행사인 (주)제이아이주택으로부터 사전공급계약 취소 안내문을 등기로 받았다. 안내문에는 “건설자재 원가상승 및 사업성 결여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부득이하게 분양사업을 취소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전청약 당첨자 계약취소는 별도의 방문 없이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2022년 이후 약 2년간 본청약을 기다렸던 340여가구가 한순간에 청약자격을 상실했다. 올 들어 7번째 취소다.

A씨(41)는 거의 매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국정감사 독려전화를 하고, 법률자문을 구하러 다닌다.

A씨는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사전청약 당첨자였다. 2022년 6월29일 당첨문자를 받았다. “너무 좋았죠. ‘진짜 내 집이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지난 6월28일 A씨는 사전청약 당첨취소 문자를 받았다. 당첨문자를 받은 지 딱 2년 만이다. 일주일 뒤에는 ‘사전청약에 사용한 청약통장 계좌가 부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자가 수신됐다.

A씨는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됐으면 내 삶에도 (사전청약 당첨이) 없던 일이 돼야 하는데 2년 새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면서 “청약통장이 부활해도 내가 가진 돈으로 청약할 수 있는 단지들은 2년 새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에 당첨될 당시 태어났던 아이는 벌써 세 살이 됐다.

노부모를 모시고 살던 무주택자들은 그사이 부모님이 사망해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혼인 7년 이내)이 있던 부부들은 어느새 결혼한 지 7년을 넘겼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사전청약과 관련한 각종 지적사항이 쏟아졌다. 공사지연으로 입주시기가 늦어진 점,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당첨취소에 대한 질의는 없었다.

한 사전청약 당첨취소자는 “의원들이 공공 사전청약과 민간 사전청약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공공 사전청약은 분양가가 상승해도 내가 버틸 여력이 있다면 집을 얻을 수 있지만 민간 사전청약은 기회 자체를 날려버린 것인데, 어떻게 국감에서 단 한 명도 관련 질의를 안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사전청약 당첨취소자가 사후에 청약통장에 돈을 추가 납입하면 해당 기간 동안 납입횟수와 납입액을 인정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일부는 납입기간 만점(15년) 점수를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청약 당첨취소자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라는 입장이다.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제일풍경채 사전청약 당첨취소자인 B씨는 “통장을 부활시켜준다는 건 결국 사전청약은 취소된 것이니 다른 청약이나 찾아보라는 얘기”라며 “당첨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우리 입장인데, 우리가 소수라는 이유로 국회조차 외면한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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