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e.told] 잔디 바뀌니 대만족했지만...'용인 촌극' 광주, 5차전은 홈에서 치를 수 있을까
[포포투=김아인]
잔디 때문에 용인까지 온 광주가 ACLE 3연승을 거뒀고, 잔디 상태에도 만족했다. 그러나 다음 홈 경기로 예정된 5차전은 광주에서 치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광주FC는 22일 오후 7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에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광주는 ACLE 3연승을 달렸고,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광주는 이른 시간 아사니가 6분 만에 멀티골을 터트리며 앞서갔다. 전반 3분 우측에서 날카로운 왼발 감아차기 골이 탄생했고, 전반 6분에는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볼을 뺏어낸 것을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격차를 벌렸다. 전반 27분 상대에게 한 골 실점했지만, 광주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후반 43분 허율의 헤더로 자책골을 유도해 3-1 승리를 완성했다.
이날 경기는 광주와는 상관없는 용인에서 열렸다. 광주는 ACLE 규정을 맞추기 위해 기존 홈 경기장 광주축구전용경기장이 아닌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1차전을 치렀다. 오랫동안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관리가 미흡했던 잔디 상태가 심각했다. 결국 AFC에서 개선을 요구하면서 광주는 전라도 인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장을 찾았다. 하지만 조건에 부합하는 경기장을 찾지 못해 용인미르스타디움까지 오게 됐다.
홈 이점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 팬들은 분개했다. 광주는 홈 경기임에도 연고지와 300km 가까이 떨어져 있는 미르스타디움으로 장거리 이동을 감내해야 했다. 광주시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사과를 전했지만, 구단과 선수단은 물론 임시 홈 경기장으로 사용 중인 수원 삼성에도 불편함을 끼치는 일이었다.
이날 미르스타디움엔 2,101명의 관중들이 자리를 채웠다. 올 시즌 광주 홈에서 열린 평균 관중 4,757명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광주의 평일 홈 경기 평균 관중은 3,687명이지만, 조호르전 관중 수는 광주의 K리그1 34경기 중 최저 관중을 기록한 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1,562명) 다음으로 가장 낮은 관중 수였다. 조호르 원정 팬들은 160명 정도가 운집했는데 평일 경기고 악천후였음을 고려해도 아쉬운 상황이다.
국내 기후와 행사 개최 탓에 K리그 대부분의 홈 경기장 잔디 상태는 좋지 못하다. 광주월드컵경기장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은 특히나 심각하다. 홈에서 벗어나 미르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른 이정효 감독은 “잔디 상태는 좋았다. 비가 왔음에도 관리가 잘 된 거 같다. 잔디 관리하시는 분이 얼마나 애정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분께 정말 고맙고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좋은 잔디에서 경기를 치른 것에 만족했다.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멀티골 주인공 아사니는 “잔디 너무 좋았다. 나도 그렇고 팀원들이 즐기면서 경기한 거 같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허율은 “확실히 경기 흐름 자체가 템포가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잔디가 좋지 않으면 공이 한 번 튀고 두 번 튀고 그러면 탁탁 끊기는 느낌이 있다. 매끄럽게 공이 이동하니 경기도 흐름도 빨라 보이고 경기가 좀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 든다”고 잔디의 이점을 설명했다.
구단 역사상 첫 아시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광주는 K리그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아시아에서도 당당하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J리그 강호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레알 마드리드 출신 헤세 로드리게스를 포함해 스페인, 브라질 국적의 외국인 선수들이 대부분인 말레이시아 챔피언 조호르까지 꺾었다.
3년 동안 K리그2에서 우승하자마자 K리그1에서 3위를 차지한 뒤, 첫 ACLE에서 3연승을 거두는 일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충분한 지원이 따라줘도 감독과 선수 능력을 온전히 발휘 못 하는 경우도 다분하다. 광주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연일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조호르전을 앞두고 글로벌 매체 'ESPN'은 광주의 돌풍과 이정효 감독을 소개하며 해당 내용을 보도한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기도 했다.
광주의 다음 ACLE 홈 경기는 상하이 선화와의 5차전이다. 오는 11월 27일에 열리는데 촉박한 시일에 당장 홈 잔디 문제가 개선되리란 보장이 없다. 광주의 돌풍 행보가 계속되려면 장기적으로라도 구단을 위한 지속적인 대책 마련과 관심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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