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방학 중 자비로 치료받는 부산 학교 급식노동자

문영만 지역노동사회연구소장·부경대 교수 2024. 10. 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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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학생의 건강한 식생활과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01년부터 초중고 무상급식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2022년 유치원생까지 전면 시행되고 있다.

2023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급식종사자 건강검진에서 52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6명이 부산지역 급식노동자(폐암 의심환자는 20명)였다.

부산지역 급식노동자 48.4%가 매우 힘들다고 응답해 노동강도는 여전히 높고, 환기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중도 58.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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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만 지역노동사회연구소장·부경대 교수

성장기 학생의 건강한 식생활과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01년부터 초중고 무상급식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2022년 유치원생까지 전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자녀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에 따른 높은 노동 강도와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으며, 폐암과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부산노동권익센터에서 발표한 ‘부산지역 학교 급식노동자 안전보건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607명)의 88.3%가 ‘힘들다(매우 힘듦 48.4%)’고 응답해 노동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급식실의 맞통풍 자연환기, 적정온도 유지, 적절한 환기시설 등이 ‘잘 안되어 있다(40.7~52.6%)’고 응답해 작업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작업환경은 급식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3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급식종사자 건강검진에서 52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6명이 부산지역 급식노동자(폐암 의심환자는 20명)였다. 이번 보건실태조사에서도 최근 2년 내 건강검진에서 ‘흉부 이상 소견’ 판정을 받은 급식노동자가 26.4%(607명 중 160명)로 나타났으며,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중이 높았다.

부산 급식노동자 80% 이상이 최근 1년간 업무상 사고 및 질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대적으로 경미한 업무상 재해를 제외하더라도 40% 가량이 업무상 사고(39.2%) 및 질병(46.0%)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업무상 사고는 물체에 맞거나 부딪힘, 화상 비중이 높고 질병재해는 근골격계 질환, 호흡기·폐질환 순으로 높았다.

부산지역 급식노동자의 건강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력충원을 통해 노동 강도를 완화시키고, 급식실 작업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부산 급식노동자(조리사, 조리원)는 1인당 학생 115명의 배식을 책임지고 있어 2022년 국회 토론회에서 논의된 1명당 적정 배식인원 75명보다 40명 더 많았다. 심지어 1인당 배식학생이 100명 이상인 학교가 68.7%이고, 150명 이상인 학교도 9.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질환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급식인력 충원을 통해 1인당 배식인원을 감소시켜 부하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규채용 미달 및 조기 퇴직을 막기 위해서는 저임금과 방학중 임금 미지급 등 열악한 근로조건도 함께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학교급식 종사자의 신규채용 미달률이 21.7%(부산 49.5%)였으며, 자발적 중도퇴사율이 55.8%로 나타났다.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수준은 낮고, 방학 중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리분과에서 전국 급식노동자 3584명을 대상으로 ‘급식실 결원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2024년 7월), ‘임금인상으로 적절한 보상(79.9%)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방학 중 출근하지 않는 날에 주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픈 몸을 회복하기 위해 병원 치료를 받는다(60.0%)’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부족한 생계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비중(38.1%)도 높았다. 따라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고, 방학 기간에 근골격계질환 예방 및 재활치료, 그리고 안전보건 교육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교육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몇 년 전부터 학교 급식종사자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2024년에도 급식실 환경과 급식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급식노동자 48.4%가 매우 힘들다고 응답해 노동강도는 여전히 높고, 환기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중도 58.3%로 나타났다. 부산시와 시교육청은 예산을 조기에, 획기적으로 투입해 환기시설 등 작업환경및 노동조건(1인당 배식인원 축소, 저임금 및 방학 중 임금지급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쾌적하고 안전한 급식실에서 급식노동자가 우리 자녀들에게 즐겁고 신나는 배식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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