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기지 첫 공개… 美 대선 앞두고 핵무력 존재감 과시

김예진 2024. 10. 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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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형 시설 등 김정은 시찰 사진 공개
北 매체 “전략적 억제력 가동 준비 점검”
선제 공격용 아닌 ‘반격용’ 의미 강조해
핵 보복력 보여주기… 대미 메시지 발신
러 파병 후 대북 압박 강화 견제 포석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일부를 처음 공개했다. 지난 9월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공개에 이어 또 다른 자국 군사기밀인 미사일기지를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대북 관심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파병설 제기 이후 강화될 대북 압박을 견제하는 등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고 밝히고 관련 사진 5장을 공개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며 김정식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北 전략미사일기지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을 둘러보면서 전략미사일 근무 병사들의 당직근무 상태 등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전략미사일기지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찰 일자와 기지의 위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길이 닦여 있지 않은 숲속을 걸어가는 모습과 흰 터널과 같은 형태의 시설 내부가 나왔다. 은폐된 터널형 기지의 모습을 일부 노출했다고 볼 수 있다.

또 ICBM인 화성-18형,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6형 모습을 배경으로 한 사진도 공개했다. 미국을 겨냥하는 상징적 무기다. 북한 매체나 김 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언급한 적은 있으나 실제 장소를 일부라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날 보도에서 21일 자강도 수해 복구 현지지도를 한 것으로 미뤄 자강도 미사일기지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강도는 북한 포탄과 미사일 생산 공장, 관련 기지들이 밀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7월 말 수해 때 군수공장과 기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거라는 추정이 나온 바 있어 수해 복구 마무리단계에서 실시한 현장 점검의 연장선상에서 군수시설을 돌아봤을 수도 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병들이 긴장한 태세로 전투직일 근무를 수행하면서 누구보다 수고가 많다”며 “미국의 전략 핵 수단들이 주는 위협이 날로 가증되고 있으며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보다 확실히 제고하고 임의의 시각에 신속히 적수들에게 전략적 반타격을 가할 수 있게 철저한 대응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언제라도 ICBM을 발사할 듯 가동준비를 점검했다면서도 동시에 ‘반타격’이라고 굳이 언급함으로써 선제공격이 아닌 반격용, ‘2격용’이라는 의미도 강조했다.

미국 대선 전 최대한 존재감을 끌어올리면서도, 일단은 부담이 큰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하지 않고 ‘보여주기’, ‘과시하기’에 그치는 모양새다. 이는 북한이 수위조절을 하는 것으로 볼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향후 무력시위를 예고하는 성격일 수도 있다.
은폐 기지 인근 숲길 걷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면서 수행원들과 함께 길이 닦여 있지 않은 숲속을 걸어가고 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김 위원장의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양 교수는 “연말 연초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핵 무력 치적 준비, 미 대선 막바지 핵보유국 존재감 과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 시 핵 군축 회담의 협상력 높이기, 적대국 한국에 대한 핵 무력 과시,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설에서 이슈체인지를 할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무력시위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대선이 임박했고, 파병이 현실화하는 국면에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거나 위협이 가중될 수 있는 자극적인 실험보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전략무기 기지를 공개함으로써 보복력을 갖추고 있다는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파병으로 인해 조성될 긴장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홍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장 파병으로 인해 미국 및 나토, 한국의 대러시아 및 대북한 군사적 압박이 강화될 것을 상정하고 대미억제력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도 있어 보인다”며 “북·러 군사 동맹이 핵보유국 사이의 동맹임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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