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살해 전수조사로 근본·통합 대책 마련해야 [왜냐면]

한겨레 2024. 10.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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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의 절반 이상이 자녀 살해 후 자살이었다.

지난 1월 정부는 자녀 살해 후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 등 아동학대 살해 미수범을 처벌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더 이상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동의 안부를 지속적으로 묻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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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자녀 살해 후 자살, 끝나지 않은 이야기 ③

오준 |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의 절반 이상이 자녀 살해 후 자살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아이는 3년 새 두배가 늘었다. 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겠지만,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는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5살 미만 아동이 가장 취약하고, 가정폭력과 정신질환이 위기의 중요한 신호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양육 부담이 보다 주요한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비극적인 성격의 범죄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자신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 줄 거라고 신뢰한 사람에게 당한 치명적 배신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에도 명시되듯, 모든 아동은 고유한 생명에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가정에 드리운 그림자가 아무리 심각해도 부모는 자녀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우선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고 작동하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자녀를 살해하는 것이 한 가정의 문제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공동체의 문제이자 심각한 아동학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정부는 자녀 살해 후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 등 아동학대 살해 미수범을 처벌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비속 살해를 가중처벌하는 법안 또한 국회에서 계류되다 폐기되었다.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한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어 정책 마련의 기초가 되는 공식 통계조차 미흡하다. 심지어 아동학대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현장 종사자들조차 여전히 ‘동반자살’로 인식하고 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미수로 살아남은 아이와 가족들을 보호하는 안전망에 대한 제도적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진 적도 없다.

캐나다 정부는 50년간 부모에 의해 살해된 아동 사례 상당수가 가정폭력 이력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의 맥락에서 아동 살해 위험이 있는 취약계층을 식별하고, 경찰 등 공공서비스 종사자에게 가정폭력 노출 사례를 아동보호기관에 통보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독일은 1997~2006년 발생한 727건의 고의적 아동살해 사건을 모두 분석하여, 범죄 촉발 요소와 자살 전 자녀 살해 동기를 파악하였다. 이후 조기 개입, 예방, 아동보호 네트워크 개선을 위한 법률을 개정하고 국가 조기개입센터를 설립하였다. 특히 보건의료체계와 아동·청소년 복지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연계하여 아동이 위기에 처했는지 다차원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도 이제는 가정의 비극으로만 여기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정책과 사회적 관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참담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동사망 검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관련 부처 간 종합적 대응으로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캐나다·독일 정부가 전수조사에 근거하여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비극적인 경험 이후 다시 삶을 회복해야 할 가정을 도울 수 있는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동의 안부를 지속적으로 묻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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