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달앱 탈퇴 원하지만 대안 없다는 자영업자들

2024. 10. 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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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배달앱 지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전국 외식점주 11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점주의 80%는 비싼 수수료 문제 등으로 배달앱 탈퇴를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앱 탈퇴를 실행한 점주는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배달앱을 탈퇴하는 즉시 매출이 급감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달앱으로 2만원 이하 메뉴를 파는 것은 무조건 밑지는 장사라는 얘기도 들린다.

과거엔 자영업자가 배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도 했고, 지역마다 배달을 대행하는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도 점주도 모두 배달앱을 벗어날 수 없다. 배달앱을 거치지 않으면 음식이나 고객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자체 배달망을 강화하면서 중소 배달대행 업체 역시 사라졌다.

식당·외식업만이 아니다. 의류를 구매하는 패션앱, 여행 숙소를 예약하는 숙박앱 등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초창기 자영업자들은 앱 덕을 봤지만 어느 순간 종속돼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매출을 좌우하는 게 검색 순위인데 앱이 사실상 이 순위를 정한다. 시장을 교란하고 공정 거래를 짓밟는 행위지만, 윤석열 정부는 자율 규제를 외치며 수수방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앱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출범시킨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의 8차 회의가 23일 열렸다. 이날 쿠팡이츠는 배달수수료를 현행 9.8%에서 5.0%로 낮추는 안을, 배달의민족은 기존 9.8~2.0% 수수료 가운데 고액 수수료 적용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메뉴 가격과 할인 설정 등을 자사 앱에 가장 유리하게 하는 ‘최혜 대우’ 요구도 중단하기로 했다. 무위로 끝난 이전 회의와 비교하면 다소 진일보했지만, 업주에게 배달비나 광고비를 떠넘기는 문제 등은 답보 상태다.

자영업자 4명 중 3명은 월 100만원도 못 번다.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초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자영업자들이 망하면 배달앱 존립 기반도 흔들린다. 배달앱의 갑질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자영업자들이 살아야 경제도 살아난다. 플랫폼 기업은 진정으로 자영업자들과의 상생을 고민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적극 개입해 배달앱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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