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사랑 찾으러 왔소”…어르신판 나는 솔로 펼쳐진 이곳, 후끈하네
종로구 어르신판 ‘나는 솔로’
65세 이상 40명 모여 소개팅
춤추고 취미 나누며 매력 뽐내
“미남이라는 얘길 많이 들어서 닉네임을 미남으로 지었다”는 이동하 씨는 호탕한 웃음과 말재주로 맞은편에 자리한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을을 주제로 대화를 이끌던 조성계 씨는 “가을에 단풍 들면 북한산 나들이 가는 거 어때요?”라며 넌지시 작업멘트를 던졌다.
액티브 시니어들이 노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인생의 단짝을 찾기 위한 시니어판 ‘나는 솔로’에 참여해 미자막 사랑을 찾아나서고 파크골프 등 생활체육을 통해 체력관리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23일 종로구청은 서울 운현궁 노안당 앞마당에서 어르신 솔로 프로젝트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를 개최했다. 노안당은 운현궁의 사랑채다. 솔로 프로젝트엔 홀로 지내는 65세 이상 종로구민 40명(남성 20명·여성 20명)이 참가했다.
운현궁에 모습을 드러낸 참가자들은 본명 대신 재치넘치는 닉네임을 가슴에 달았다. 이날 남성들은 ‘히어로’, ‘백곰’, ‘성실맨’, ‘타는 불’ 등 남자다움을 부각할 수 있는 이름을 선택했다. 여성들도 ‘목련’, ‘장미’, ‘비타민’ 등으로 자신의 매력을 뽐냈다.
이날 시니어들은 평소의 취미, 일상을 공유하며 모처럼 연애 세포를 깨웠다. 김인수 씨는 “잘 웃으시는 것 같다”며 맞은편의 하정순 씨에게 넌지시 칭찬을 건넸다. 이 말에 함박웃음을 터트린 하씨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닉네임 ‘무뚝뚝’의 서순녀 씨는 음악에 맞춰 닉네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댄스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덩달아 흥이 오른 닉네임 ‘히어로’ 김용근 씨가 번개처럼 합류해 홀로 있던 서씨와 리듬을 맞췄다.
이날 미팅 장소에 참가한 시니어들은 일찍이 연애, 결혼, 출산, 황혼 이혼 등을 모두 경험했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력어필을 위해 외모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자기소개를 미리 연습하는 모습은 2030 청년들의 설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강남구 세곡동 탄천파크골프장에서 열린 제1회 강남 시니어 파크골프대회에는 65세 이상 강남구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생활체육의 일환인 파크골프(Park Golf)는 골프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하지만 골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칠 수 있어 시니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파크골프를 친 지 1년 됐다는 정지자 씨(82)는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 꾸준히 파크골프를 하고 있다”며 “나이 먹고 할 수 있는 운동 중에서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남구 수서동에서 왔다는 고원자 씨(68)는 “파크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다리와 무릎에 통증이 있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모여 딱딱하지 않은 잔디밭 위에서 걸으며 운동을 하니 근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크골프공 지름은 약 6㎝ 정도로 골프공보다는 크고 당구공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공 무게는 80~95g 정도로 골프공보다는 무겁다. 그러다 보니 골프처럼 공을 높이 띄우기는 어렵고 지면에 붙여서 공을 날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2000년 진주에서 6홀 규모의 상락원 파크골프장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05곳의 파크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파크골프장 이용자 수는 2022년 894만명에서 지난해 1277만 명으로 1년 새 40%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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