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투톱 분열 … 특별감찰관 밀어붙인 韓, 회의 나가버린 秋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4. 10.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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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이재명 선고 전에
김여사 관련 의혹 해소해야"
북한인권재단 연계도 "안해"
尹 반대에도 '마이웨이' 선언
추경호 "특감 원내사안" 일축
국힘 단톡방서 친한계 '시끌'
배현진 "秋 특감입장 표명을"
대통령실 "여야 합의해와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각자 자리에 앉고 있다. 뉴스1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이후로 미루지는 않겠다. 대통령께도 면담 과정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국회에서 논의할 원내 사안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결론은 의원 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만남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가팔라진 당정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번질 기세다.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3대 요구가 사실상 거부되자 한 대표는 23일 자신이 소집한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바로 옆자리에서 발언을 들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몇 분 뒤 회의석상을 박차고 나갔다. 회의가 끝난 뒤 별도 브리핑을 한 추 원내대표는 "제가 직접 듣기는 처음이었다"면서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다시 포문을 열었다. 이틀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던 그는 전날 친한동훈계(친한계) 만찬에 20명이 넘는 현역 의원을 모으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다음 달 15일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나온다"고 운을 뗀 뒤 "그때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국민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중순까지는 대통령실에서 의혹을 직접 해소하든, 대통령의 배우자나 친·인척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이뤄지든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서 국민의힘에서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려면 문재인 정부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던 점에 대한 사과와 북한인권재단 이사에 대한 추천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마저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특별감찰관의 추천 절차를 그 후로 미루지 않겠다"고 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친·인척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비위행위에는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와 부당하게 금품·향응을 주고받는 행위가 포함된다. 15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가운데 3명을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특별감찰관 임명을 당장 추진하겠다는 한 대표 발언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의원 총회를 통해 중진 등 여러 의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추 원내대표가 반대할 경우 실제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임명은 원내 사안"이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날 친한계 만찬에서 추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는 얘기에 대해 그는 "정치 행위에 대해 정치인들은 늘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 부분은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정면충돌은 일단 피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윤·한 회동이 있던 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는 추 원내대표를 향한 친한계 의원들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재선인 배현진 의원은 "추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 내 특별감찰관 도입을 원천 반대하나. 그동안 당의 기조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원내대표가 설명해달라"고 썼고, 박정훈 의원은 의원총회를 열어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호응했다. 한지아·유용원·정성국 등 초선의원들도 의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글을 올려 추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한 대표의 '단독 드리블'을 놓고 용산과의 결별이 본격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쏟아졌다. 앞서 박정훈 의원은 윤·한 회동 다음날 라디오에서 "한 대표도 승부사 기질이 있다"며 "뭔가 승부수를 던질 거라고 본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슨 계파 보스인가. 하는 게 너무 아마추어 같고 답답하다"며 "어떻게 하면 대통령 선거 후보가 돼 출마해볼까 하는 것, 그것 하나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회동 내용이 왜곡됐다는 한 대표 측 주장에 대해 "어떤 부분에 왜곡이 있다는 건지 말을 해주면 살펴보겠다"면서도 "엄중한 정치 상황에서 당정이 하나 돼서 어려움을 극복할 시기"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에 대해선 "여당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해서 하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당내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여야가 합의해서 가져오면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도 특별감찰관 추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현재로선 특별감찰관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통령과 독대도 제대로 못하는 한 대표의 주장으로 만든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실의 철옹성을 뚫어서 실효를 낼 수 있겠나. 정치적 수사로 들린다"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 구정근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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