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고교 시험 관리 '엉망'···5년간 재시험 2500건

박성규 기자 2024. 10. 23. 17: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A고등학교가 최근 연이어 중간고사를 다시 한번 실시했다.

1학년과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문항 오류가 발생해 교과협의회 및 학업성적관리위원회 협의를 거쳐 재시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문항 오류, 관리 문제 등으로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지난 5년간 치러진 재시험이 25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올 1학기까지 보니
서울 전체 고등학교수의 8배 넘어
올해만 3차례 재시험 치른 학교도
문항 오류 2136건···관리부실 93건
검토 매뉴얼 등 시스템 마련해야
[서울경제]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A고등학교가 최근 연이어 중간고사를 다시 한번 실시했다. 1학년과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문항 오류가 발생해 교과협의회 및 학업성적관리위원회 협의를 거쳐 재시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는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3차례 시험을 다시 봤는데 2학기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문항 오류, 관리 문제 등으로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지난 5년간 치러진 재시험이 25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보면 서울 전체 고등학교 수(300곳)의 8배가 넘는다. 교육 당국은 장학지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재시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문항 교차 검토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공한 2020~2024학년도 1학기 관내 고등학교 지필고사(중간·기말고사) 재시험 현황에 따르면 321개교에서 지난 5년간 2435건의 재시험이 치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학기에도 시험을 다시 본 A고교 사례 등을 포함하면 재시험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목(교과군)별 재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수학이 683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학(548건), 사회(역사·도덕 포함, 461건), 국어(281건), 영어(152건)가 뒤를 이었다. 재시험 사유로는 문항 오류(정답 없음·복수 정답 등)가 2136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연세대에서 실시한 수시 논술 시험에서 발생한 관리 문제(시험지 배부, 감독, 방송, 인쇄 오류 등)도 93건이나 있었다. 이 밖에 시험 범위 문제(교육 과정 밖 문제 출제, 범위 안내 오류 등)로 재시험을 치른 건수는 90건, 학급(학생) 간 평가 정보 제공 차이로 인한 재시험도 68건에 이른다.

현장에서는 문항 재검토 시스템 부재, 입시에 민감한 학부모·학생 민원 등을 재시험이 많은 이유로 꼽고 있다. 교사가 의도치 않게 교육 과정을 벗어나는 문항을 출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시험이 이뤄지면 학교 측은 관련자에게 경위서 징구 및 주의, 경고, 징계 등의 조치를 내리고 시험 관리 전반에 대한 재점검 및 연수를 실시한다. 교육(지원)청은 재시험 발생 시 학교로부터 처리 결과를 보고받으며 사안에 따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경과보고 요구 조치 등의 장학지도를 실시한다. 고의성이 있거나 사안이 중할 경우 특별 장학을 실시하기도 한다. 특별 장학 후 별도 조치가 필요한 경우 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감사 및 관련자 징계‧고발 조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장학지도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A학교의 경우 2년간 재시험을 5차례 치렀지만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장학지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강남·서초 지역에서 A고와 비슷한 건수의 재시험이 치러진 학교도 있고 교사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시험이 반복적으로 실시되고 사안이 중할 경우에는 특별 장학 등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A고에 대해 지원청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교육청은 일부 학교의 경우 재시험을 치르는 횟수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장학지도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장학지도보다는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실무 훈련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이전 근무지에서는 교사가 함께 모여 문항을 교차로 검토했는데 현재 일하는 학교에서는 교차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문항 검토 매뉴얼 제공 등 오류를 줄이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교원 양성 단계에서부터 문항 출제와 관련된 커리큘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