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강동원 "노비 역할 잘 맞아, 실제로도 상류층 아냐" [인터뷰]

우다빈 2024. 10. 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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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전,란' 강동원 인터뷰
데뷔 후 첫 OTT 작품 임한 소회
"노비 역할? 저는 노비가 더 잘 맞아요."
부국제 개막작 선정에 대한 견해는?
23일 강동원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전,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AA그룹 제공

배우 강동원이 '전,란'으로 또 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철저한 계급 사회의 밑바닥을 연기로 표현한 강동원의 모습에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까지 호평을 전하는 중이다.

23일 강동원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전,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극중 강동원은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노비 천영 역을 맡았다. 천영은 본래의 양인 신분으로 돌아가고자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부당한 현실에 맞서며 복잡하고 고군분투하는 천영을 소화하면서 이전까지의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강동원은 '전,란'이 액션 속 감정이 중요한 영화라고 짚었다. 울분을 토해내는 천영의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 주요한 포인트다. 직접 감독에게 머리를 풀겠다고 할 정도로 감정을 최대한 쏟아냈다. 강동원은 "사실 제가 쏟아내는 연기를 좋아하진 않지만 '전,란'에서는 과할 정도로 해냈다. 그렇지만 제가 아무리 과하게 해도 과해지지 않는다. 워낙 미니멀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연기적으로 레이어를 쌓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차원적인 감정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작품의 규모를 떠나서 글의 신선함과 완성도, 기승전결의 짜임새 등이 그가 대본을 고르는 기준이다. 강동원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러닝타임 128분 안에 천영과 종려 선조 겐신 각각의 인물이 서사와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이 그에게 신선함을 안겼기 때문이다. 또 천영과 종려 간의 계급, 계급을 넘어선 우정이 강동원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사실 이 작품은 강동원이 노비 역할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워낙 꽃미남 비주얼로 데뷔 당시부터 각광받은 배우이기 때문에 노비 역할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강동원은 "제 성격은 양반과 잘 안 맞는다. 노비가 더 좋다. 실제 제 배경이 상류층 출신이 아니다. 헛소문이 계속 퍼지지만 늘 아니라고 한다. 연탄 떼고 사는 상류층이 어딨냐.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도 없다"라고 소탈한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11일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종려와 천영이 애틋한 감정을 교감하는 것을 두고 동성애적 코드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동원 역시 이러한 분석을 흥미롭게 수용했다. 그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저는 '전,란'에 퀴어코드가 있다고 생각해서 더 재밌다고 생각했다. 박정민과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박정민은 제 생각보다 시나리오를 더 뜨겁게 생각했고 저는 차갑게 생각했다"라고 작품관을 드러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넷플릭스 제공

특히 '전,란'은 강동원의 첫 OTT 작품이다. 직접 체감한 소회를 묻자 "OTT 현장이 (비교적) 좀 더 자유로웠다. 창작자를 존중하는 느낌이 들었다. 흥행에 얽매이지 않는 느낌이다. 극장 개봉이었다면 청소년 관람불가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극장 개봉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기 위해선 그 정도 수위가 필요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실 촬영 초반에는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을 몰랐다. 감독님이 클로즈업을 너무 많이 찍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그제야 설명해 주셨다. (웃음)"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런가 하면 '전,란'은 OTT 콘텐츠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일각에서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강동원은 "'옥자' 때도 논란이었는데 또다시 논란이라니. 그게 몇 년 전인데. 지금은 그 경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OTT든 극장이든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라면서 굳은 심지를 표출했다.

이날 오전 '전,란'이 거둔 호성적이 전해지기도 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란'은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2주 연속 3위, 74개국 TOP 10 진입에 성공했다. 강동원은 "좀비가 나오지도 않는데 많은 해외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신다. 더 올라갈 수 있었는데 아쉽긴 하다. 기본적으로 액션이라는 점이 접근성이 좋다. '킹덤'을 많이 봤기에 한국 사극에 익숙한 것도 있다. 중동쪽은 한국 사극을 좋아한다더라. 더 올라가길 바라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군도'나 '형사' 등을 거치며 강동원은 어느덧 칼 쓰는 액션의 전문 배우가 됐다. 스스로 "다른 사람과 비교가 안 된다"라고 자부할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쳤다. 때론 체력적인 부침을 느끼기도 하지만 장검을 휘두르는 캐릭터에 대한 시놉시스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액션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그가 일부러 대역 배우를 안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촬영할 땐 대역을 잘 안 쓰는 편이에요. '군도' 땐 99% 제가 했어요. 대역을 하면 움직임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제가 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해요. 액션도 다 연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역 배우가 할 땐 제가 하는 게 아니기에 감정표현이 달라져요. 저는 분노에 찬 움직임을 하고 싶은데 대역 배우들이 할 땐 액션 위주로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제가 하는 것이 더 마음에 편하죠."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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