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요금 지역차등제, 졸속 추진 안된다

2024. 10. 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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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세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한 수도권 소비자들의 동의도 구해야 한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도매전력가격 차등화에 이어서 한국전력공사(한전) 전기요금 또한 수도권이 지방보다 더 비싸진다.

수도권 소비자의 동의가 없다면 지역별 가격제만 시행되고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좌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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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세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대런 애쓰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의 저서 '권력과 진보'에도 기술됐듯이 19세기 말 전기가 공장에 도입되며 대량생산이 시작됐다. 이때 장거리 전력 수송이 큰 역할을 했다. 장거리 전력망을 바탕으로 독점 전력기업들이 생겼고, 이들이 구축한 거대 전력망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오늘날 첨단기술의 발달로 전력망은 더욱 중요해졌다. 현대 과학문명의 총아인 인공지능(AI)도 전력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전력망이 신체 곳곳에 피를 보내는 동맥이라면 그중 고압의 전기를 장거리로 수송하는 송전망은 대동맥이다. 그런데 한국 송전망은 현재 심각한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며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기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는 송전제약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경고가 나왔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수립되지 못했다.

전국 곳곳에서 송전제약에 대한 아우성이 커지자 정부는 '지역별 전력거래가격제'라는 대책을 마련했다. 도매전력가격을 지역별로 차등화해서 수도권의 도매전력가격을 지방보다 비싸게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지역별 가격제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발전소 건설 수요를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현실성이 낮다.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발전소는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어렵다. 인구가 밀집되고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도권에선 건설이 더 힘들 것이다.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한 수도권 소비자들의 동의도 구해야 한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도매전력가격 차등화에 이어서 한국전력공사(한전) 전기요금 또한 수도권이 지방보다 더 비싸진다. 수도권 소비자의 동의가 없다면 지역별 가격제만 시행되고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좌초될 것이다. 차액은 고스란히 한전에 귀속된다. 이는 한전이 지방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가로채는 것으로 비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전에 송전제약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 발전사업자들의 송전망 구축에 대한 신뢰도 보장해야 한다. 이들은 송전제약을 개의치 않고 발전소 입지를 선택한 도덕적 해이를 저지른 것이 아니다. 송전망 구축에 대한 정부와 한전의 계획을 신뢰하고 투자를 한 억울한 피해자다. 이들에게 리스크 헤지 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채 제도를 강행하는 것은 이중의 가해 행위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모두 일부 지방에 편중돼 송전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별 가격제 시행으로 인해 지방 무탄소 전원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만약 특정 전원에만 차액계약(CfD) 방식으로 지역별 가격제 회피 수단을 마련해준다면 심각한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송전제약 문제 해소에는 왕도가 없다. 송전망 확충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그 첩경이다. 지역별 가격제 도입은 전력 생태계 참여자들의 이해관계에 불가역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제도 변경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 또한 법에 규정된 전력시장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만큼 법치주의 관점에서 전력시장 운영규칙이 아닌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도입돼야 마땅하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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