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감자로 주주가치 훼손하더니, 배당 줬다 뺐는 상장사···K-상장사의 ‘민낯’

김경민 기자 2024. 10. 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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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있다.연합뉴스

코스닥 상장사 ‘홈센타홀딩스(홈센타)’가 회계 오류를 이유로 최근 3년간 지급했던 배당금 환수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장사의 배당 환수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특히 이 회사는 양호한 실적에도 무상감자까지 단행해,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홈센타가 주주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홈센타는 지난 18일 현금배당 정정결정 공시를 통해 최근 3년간 지급한 현금 배당을 무효화한다고 밝혔다. 주주들에겐 사과문과 함께 배당금 반환 청구 안내문을 송달했다. 이 상장사는 지난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주당 10원씩, 총 3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홈센타는 배당 무효 사유로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결손금을 충당하는 방법상의 착오가 발견됐다”며 “배당 당시의 배당가능이익을 다시 계산한 결과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하지 않아 배당이 무효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회계 오류를 발견해 점검해보니, 배당금을 지급해선 안되는 상황이라 기지급한 배당은 무효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이 없음에도 배당하는 것은 위법배당에 해당한다. 이 경우 부당이득에 해당해 회사는 배당 환수에 나설 수 있는데, 주주들이 이에 동의하지 못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주들은 배당 무효가 단순 착오 때문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최근 홈센타가 무상감자에 나서는 등 주주권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홈센타는 지난 15일 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80%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단행하겠다고 공시했다. 무상감자는 주주에 대한 보상 없이 자본금(액면가×총 발행주식 수)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주주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통상 무상감자는 회사가 누적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질 때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매년 1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인 홈센타홀딩스는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무상감자를 추진했다. 무상감자 발표 당일 홈센타의 주가는 18.9% 급락해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 주식)로 전락했다.

한 회계전문가는 “자본잠식이나 상장폐지 리스크로 무상감자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러한 이유로) 감자에 나서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대주주에게 미래 현금흐름을 제공하기 위해 일반주주의 가치를 침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 의심하고 있다.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면 잉여금이 늘어나 향후 배당 여력이 커질 수 있다. 반기 기준 홈센타의 특수관계인은 54.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지급한 배당도 취소된 데다 감자로 향후 특수관계인이 수취할 수 있는 배당액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 무효 사유가 공시 오류인 만큼 홈센타와 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은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공시 번복의 경우 지정예고 과정을 거쳐 불성시공시법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매매거래정지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불성실공시법인 해당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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