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한국시리즈, 6회 한 이닝에 달렸다? 팀 운명 짊어진 선수는 떨지 않는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격파하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삼성은 이번 가을이 유독 힘겨운 느낌이다. 코너 시볼드, 백정현, 최지광 등 마운드의 핵심 자원들이 부상으로 빠진데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팀 핵심 타자이자 리더인 구자욱이 주루 플레이 도중 무릎을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꾸역꾸역 이기고 올라왔지만 KIA와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부터 비에 발목이 잡혔다. 삼성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1차전에서 선발 원태인의 호투에 힘입어 5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경기를 진행했다. 앞선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김헌곤이 6회 한 방으로 빚을 갚았다. 김헌곤은 이날 호투하던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이어 디아즈가 볼넷을 골랐고, 예정된 투구 수에 다다른 네일이 강판되며 먼저 선발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강민호가 바뀐 투수 장현식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의 추가점 찬스를 이어 갔다. 삼성이 경기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경기 내내 온 비가 삼성의 진군을 가로막았다. 경기가 중단됐고, 45분을 기다렸으나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다.
삼성이 불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5회까지 66구만 소화한 원태인 카드를 더 써보지 못하고 그냥 날렸다. 6회 무사 1,2루 공격에서 이 흐름이 끊긴 것도 아쉬웠다. KIA가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을 더 벌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1차전 서스펜디드 이후 경기를 진행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비교적 강한 어조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정은 내려진 것이고, 삼성도 22일 우천 순연으로 일정상 여유를 벌었다. 23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서스펜디드 경기의 승패가 중요하다. 삼성은 일단 1차전 1-0 리드를 반드시 지키고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그렇다면 2차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원정에서 1승1패가 그렇게 나쁜 성적이 아니기에 삼성은 부담을 덜고 홀가분하게 2차전에 임할 수 있다. 오히려 쫓기는 건 KIA다. 삼성은 3·4차전에 원투펀치인 대니 레예스와 원태인을 바로 붙일 수 있다.
결국 6회 공격이 삼성의 한국시리즈 운명을 쥐고 있다. 박진만 감독도 6회 결과에 따라 1차전 남은 경기 운영, 그리고 2차전 선발 등 전략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 예고했다. 박 감독은 23일 일정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바뀐 것은 없다. 6회초에 추가 득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투수 쪽의 조금 변화는 있을 것 같다. 6회초에 우리가 추가점을 내느냐, 추가점을 몇 점을 내느냐에 따라 투수 쪽의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추가 득점을 넉넉하게 하면 상대적으로 투수 기용에 여유가 생길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이승현을 2차전 선발로 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빡빡하게 경기가 진행된다면 마무리 김재윤의 멀티이닝 소화 등 여러 강수들을 연이어 투입할 수도 있다. 박 감독은 2차전 선발도 미정이라면서 “6회가 중요할 것 같다. 6회 지금 우리가 찬스가 걸려 있기 때문에 6회 점수가 어느 정도 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6회가 끝난 후에는 2차전 선발이 내부적으로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6회 추가점이 몇 점이냐가 2차전 선발까지 쥐고 있는 것이다.
결국 6회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김영웅(21·삼성)의 어깨가 무겁다. 올해 삼성의최대 히트 상품 중 하나로 뽑히는 김영웅은 시즌 126경기에서 타율 0.252, 28홈런, 7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6을 기록하며 삼성의 정규시즌 팀 홈런 1위를 이끈 주역이었다. LG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도 타율 0.308, 2홈런, 2타점, 장타율 0.923을 기록하면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첫 가을 경험인데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스윙이 인상적이었다.
김영웅은 21일 당시 1B 상태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이날 KIA가 김영웅에 어떤 투수를 붙일지가 관심인 가운데, 이에 따라 삼성의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김영웅을 강공으로 밀어붙이기 좋은 환경이라면 한 방을 믿고 갈 것이고, 까다롭다고 판단하면 번트나 작전을 시도할 수 있다. 어떤 선텍이든 타석에 서는 김영웅이 떨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벤치에서 아무리 좋은 작전을 내도 선수가 수행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
어쩌면 비로 경기가 중단된 시점부터 이틀 가까이 가장 가슴을 졸이고 있는 선수가 김영웅일 수도 있다. 수많은 시나리오가 선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고, 특히 1차전 중요한 상황이라 더 그렇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크게 떨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은 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한다. 나이답지 않게 플레이오프 지나고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본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김영웅의 의견을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상대 투수가 누가 나오냐에 따라 그런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웃어 넘겼다. 어쨌든 김영웅이 너무 긴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2차전 선발은 1차전에 등판하지 않는 선수가 나설 전망이다. 이승현 황동재 등이 대기하는데 두 선수 중 한 선수를 경기 상황에 따라 쓰고, 나머지 한 선수는 2차전 선발로 아낄 가능성이 있다. 박 감독은 23일 미출전 선수가 레예스와 원태인이라고 밝혔다. 두 선수는 대구에서 선발로 나설 예정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은 23일 일정을 앞둔 박진만 감독과 일문일답.
- 하루 동안 (전략이) 바뀐 게 있나
박진만 감독 : 바뀐 것은 없다. 어제 중간에 수비할 때 6회초에 추가 득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투수 쪽의 조금 변화는 있을 것 같다. 6회초에 우리가 추가점을 내느냐, 추가점을 몇 점을 내느냐에 따라 투수 쪽의 변동이 있을 것 같다.
- 구자욱 중요한 순간에 대타로 쓸 수 있다고 했는데?
박진만 감독 :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 초중반보다는 후반에 생각을 하고 있다. (1차전 6회 스윙을 하며 대타로 준비했던 것은) 1차전 때는 구자욱이 자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 2차전 선발은 결정됐나?
박진만 감독 : 6회가 중요할 것 같다. 6회 지금 우리가 찬스가 걸려 있기 때문에 6회 점수가 어느 정도 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6회가 끝난 후에는 2차전 선발이 내부적으로 정해질 것 같다.
- 더블헤더까지는 아니더라도 긴 이닝을 해야 하는데 포수 강민호 출전 계획은?
박진만 감독 : 들이대야 한다. 잘 쉬지 않았나. 강민호도 한국시리즈 21년 만의 첫 경험인데, 그런 안 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김영웅이 가장 긴장하고 있을 것 같은데?
박진만 감독 :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더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한다. 나이답지 않게 플레이오프 지나고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본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상대 투수가 누가 나오냐에 따라 그런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 KIA가 2차전 선발로 양현종을 예고했는데 상대 타순은?
박진만 감독 : 좌완이 올라오니 큰 변화는 없겠지만 한 명 정도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2차전도 중요하지만 1차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1차전을 어떻게 치르고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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