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프' 앞둔 상거래업체 징둥, 젠더갈등 불똥 튄 까닭[베이징브리핑]

정은지 특파원 2024. 10. 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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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도 불리는 연중 최대 쇼핑 축제 '솽스이(雙十一·광군제)'가 임박한 가운데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이 '젠더 갈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양리의 등장은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가 됐고, 그에게는 남성 혐오 또는 페미니스트 평가가 늘 따라다녔다.

중국의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사회 구조의 변화로 전통적 성 역할이 재편되면서 수년 전부터 젠더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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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둥, 솽스이 앞두고 '남성은 왜 근자감' 발언 양리 기용
남성 소비자 많은 징둥 불매운동 일자 모델 계획 철회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은 솽스이를 앞두고 스탠드 코미디언 양리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이를 철회했다.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도 불리는 연중 최대 쇼핑 축제 '솽스이(雙十一·광군제)'가 임박한 가운데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이 '젠더 갈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징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솽스이를 앞두고 여러 명의 광고모델을 기용하고 광고모델 명단을 올렸다. 그 중 한명은 중국 스탠드 코미디언 양리다. 양리는 2019년 이른바 '입담꾼'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중국 주요 예능 프로그램 등에 나오며 인기를 끌었다.

그가 가장 명성을 얻은 것은 2020년 '토크쇼대회 시즌3'에 출연하면서다. 그는 당시 프로그램에서 "남성은 왜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데도 자신감이 넘치느냐"고 언급했다. 이때 나온 신조어가 푸신난(普信男)이다. 평범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라는 뜻으로 '근자감'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시 양리의 발언은 많은 시청자,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토크쇼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이는 양리의 순위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이를 두고 남성 시청자들은 의도적으로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 언급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양리의 발언이 대중을 선동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방송 감독기구인 광전총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여성 운동가들은 예술 분야에서의 '유머'가 남성의 특권이고 여성의 유머는 무례함으로 치부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리의 등장은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가 됐고, 그에게는 남성 혐오 또는 페미니스트 평가가 늘 따라다녔다.

징둥이 양리를 광고모델로 기용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남성 소비자들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고객센터에 양리를 솽스이 홍보모델로 기용한 배경을 묻는가 하면 징둥 계정에 있던 현금을 모두 이체하거나 연결된 계좌를 해지했다는 인증샷 등으로 불매 운동에 나섰다.

결국 징둥은 양리를 광고모델로 기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류창둥(징둥의 창업자)이 네티즌들한테 좋은 수업을 받았다는 조롱 섞인 반응도 나왔다.

이는 징둥은 타오바오나 핀둬둬 대비 구매력 있는 남성 소비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것이다. 징둥의 남성 소비자 비율은 약 60%로 40% 수준인 경쟁사 대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양리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이 같은 갈등이 표출됐던 사례는 징둥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3월에도 인텔은 양리를 노트북 광고모델로 선정했다. 당시 광고 내용 중에는 '보는 눈이 높다'라는 언급으로 인텔 제품의 우수성을 전달하는 부분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남성 소비자들이 인텔을 보이콧하고 여성 소비자들은 양리를 지지하는 여론이 생겨났다. 결국 인텔이 해당 광고 내용을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물론 일각에선 양리와 같은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목을 끌기 위해 여성을 도구화했다는 논란도 있다.

중국의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사회 구조의 변화로 전통적 성 역할이 재편되면서 수년 전부터 젠더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같은 갈등이 중국 내 출산율 감소 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젠더 갈등이 노골화하면서 기업들도 채용, 홍보 등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많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젠더 갈등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이성적 토론과 건설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지만 중국 내 젠더 갈등 이슈는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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