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소수 연구만 지원했다면 불가능… 다양성도 추구해야”

홍아름 기자 2024. 10. 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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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 의학상 받은 드루 와이스먼 교수
“연구비 지원서 소외…수월성만 따졌다면 백신 불가능”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교수가 2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한면역학회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와 카탈린 카리코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은 연구 성과가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연구한 ‘불굴의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연구를 잘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수월성’ 대신 상대적으로 소외된 과학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다양성’ 정책의 성공 사례이기도 했다.

와이스먼 교수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세계사이토카인학회·대한면역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25년 동안 mRNA 백신을 만들어오면서 연구비 지원부터 연구 과제 선정, 논문 출판 과정까지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카리코 부사장도 잇따른 연구 실패에 연구비가 끊기고 논문 게재가 거절되는 고충을 겪었다는 일화로 주목받았다.

와이스먼 교수는 “수십 년 후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서 지원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봤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연구를 잘하는 소수에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수에게 잘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김유미 2024 세계사이토카인학회·대한면역학회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은 “다양한 연구자에게 연구비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원 규모 자체가 커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와이스먼 교수의 주 연구 분야인 mRNA 백신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와이스먼 교수는 “mRNA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다르게 생산할 때 바이러스가 필요하지 않고, mRNA의 염기서열 정보만 있다면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외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mRNA 백신도 허가를 받아 상용화됐고, 박테리아나 기생충 감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C형 간염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RNA 백신의 범위는 말라리아, 에볼라 바이러스나 유행성 출혈열과 같은 감염병부터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흑색종, 췌장암 같은 암까지 넓혀지고 있다. 와이스먼 교수는 “이 중에서 몇 천 개 유전자를 합성해서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말라리아 분야에 mRNA 백신을 적용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기반으로 한 유전자 치료제 역시 mRNA 치료제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전자 가위는 원하는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잘라내는 효소 복합체이다. 현재 승인받은 겸상 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에서 채취한 골수세포에 투여한 뒤 다시 골수에 이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와이스먼 교수는 “이런 방식의 유전자 치료에 1인당 300만달러(약 41억원)가 든다”며 “mRNA를 이용하면 골수세포를 별도로 채취하지 않고 치료제를 주사하고 대량생산도 가능해 흥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문제가 됐던 mRNA 백신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mRNA 백신의 부작용 중 확실히 밝혀진 건 2가지로, 과민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라며 “100만 명 중 손에 꼽히는 확률로 나타나 기존 백신보다 부작용이 더 많은 건 아니고, 효능은 기존 백신보다 좋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장기적인 부작용은 몇 년 후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경과를 보면서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드루 와이스먼 교수는 개발도상국에 mRNA 백신 생산시설을 만드는 데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브라질과 파라과이·남아프리카공화국·가봉·태국·우크라이나 등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와이스먼 교수는 “시설을 만들고 나면 지역별로 나타나는 질병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가에 있는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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