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효과 ‘진짜’ 있나…실수요자들 ‘발 동동’

조문희 기자 2024. 10. 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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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대출규제에 거래량 급감했지만 인기지역선 ‘신고가’
전세‧정책대출 등 전방위 규제 조짐에 실거주자 피해 우려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9월부터 본격 시작된 대출 규제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해 급한 불을 껐다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지역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실수요자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9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2807건으로 집계됐다. 신고기한이 아직 일주일가량 남았으나, 7월(7414건), 8월(6300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가계 빚 증가폭도 줄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6029억원 증가하며, 전월 9조6259억원보다 증가폭이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의 기대심리도 소폭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6으로, 9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하락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초과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꺼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국은행 측은 "9월부터 시행된 강화된 가계대출 관리 방침이 기대심리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및 주택가 ⓒ 시사저널 최준

"대출 받기 힘들다"는데…인기지역은 '신고가' 속출

지역별 사정을 자세히 뜯어보면, 대출규제가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돼서다. 일례로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4일 전용면적 84㎡가 29억4800만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찍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7일 28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수 면에서도 지역별 양극화는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값은 일주일 전보다 상승폭을 키운 0.11% 올라 30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치구별로는 용산구(0.19%), 서초구(0.18%), 마포구(0.18%), 성동구(0.16%) 등 인기 지역 위주로 올랐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0.03% 내리며 하락 폭을 키웠다. 지역별로는 대구(-0.11%), 부산(-0.07%), 제주(-0.04%), 경북(-0.03%), 광주(-0.0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매수 심리가 위축됐지만, 일부 수도권 선호 지역과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의 설명이다. 반대로 비수도권은 기존의 미분양 문제에 더해 대출까지 막히며 침체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ATM 기기의 모습 ⓒ 연합뉴스

"대출 규제로 잔금 못 치뤄 눈물 머금고 마피"

이런 가운데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에 더해 제2금융권까지 가계대출 관리에 동참하는 분위기라서다. SC제일은행과 KB손해보험, NH농협생명 등은 이달 중순부터 다주택자 대출의 취급을 중단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 직접적인 대출관리를 주문한 결과다.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자 2금융권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났는데, 당국은 이를 관리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2금융권 가계대출 점검회의를 열어, 다시 한 번 2금융권에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거주 목적인데도 대출을 못 받아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동작구의 한 신축 단지에서는 분양권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은, 이른바 '마이너스피'가 붙은 매물이 나왔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를 하려다가 기존 집도 안 팔리고 대출이 안 나오니까, 눈물을 머금고 '마피'를 붙여서 내놓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국은 전세 대출과 정책 대출까지 손 볼 태세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전세대출을 포함하고 디딤돌 등 정책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지난 21일부터 정책 대출 관리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실수요자 반발이 거세지자 해당 조치는 잠정 유예된 상태다. 다만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오는 24일 열릴 종합감사에서 정책 대출 관련 보완책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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