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싸움에 원구성도 못하는 지방의회…무용론에 정당공천 폐지론까지

박진환 2024. 10. 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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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예산군의회 의장단 선거 집행 정지…임시 의장 체제
대덕구의회는 국민의힘 내분으로 부의장·상임위 공석 상황
대전시의회 전·후반기 의장들 해외 출장…외유성 논란 확산
육동일 교수 “지방선거서 정당공천제 폐지방안도 검토해야”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권에서 후반기 원구성을 마치지 못한 지방의회가 속출하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앞두고도 감투를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면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능력을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 대덕구의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대전 대덕구의회 제공)
23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충남 예산군의회와 대전 대덕구의회는 민선8기 후반기가 시작된 올해 7월부터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원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예산군의회는 올해 6월 말 치러진 후반기 의장단 선거 집행을 법원이 정지, 현재 임시 의장 체제로 운영 중이다.

당시 의장단 선거에서 예산군의회는 재적의원 11명 중 5명만 참석한 가운데 제301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소속 이상우 전반기 의장을 후반기 의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선구 의원을 부의장으로 각각 뽑았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득표를 해야 당선된다는 예산군의회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의장 후보였던 장순관 의원이 집행정지 신청과 무효확인 등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임시의장 체제에 돌입한 예산군의회는 지난 7월 제30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장 의원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했다. 의장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한 법원 최종 판결은 24일 나온다.

예산군의회는 “각 상임위원장은 선출된 상태로 내달 22일 정례회에서 진행될 군정 질문과 내년도 추경안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장·부의장 선출 관련 문제를 매듭짓기 전까지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덕구의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국민의힘 소속 4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2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된 대덕구의회는 4차례 투표 끝에 후반기 의장으로 무소속 전석광 의원을 선출했지만 부의장과 상임위 공석은 여전히 채우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구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내분이 일어나며,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 21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대덕구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당 지침을 어긴 양영자 대덕구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양 의원이 구의회 의장단을 선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과 함께 무소속 후보에게 투표하며 당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소속 이효성·이용기 시의원, 김홍태·이준규·조대웅 구의원은 지난 22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경호 대덕구 당협위원장을 저격했다. 이들은 구의회 원구성 과정에서 박 위원장이 양영자 의원만을 감싸며 당협 내 분열을 일으켜 편파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시당 결정에 대해 반발의 뜻을 표명했으며 양 의원 측은 중앙윤리위에 이의 신청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내달부터 지자체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추경안 심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원구성이 늦어지면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 상임위와 예결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마다 빠지지 않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논란도 되풀이되고 있다. 대전시의회 조원휘 의장(국민의힘 소속)과 전반기 의장이었던 이상래 의원(국민의힘 소속)은 21일부터 8일간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서는 대전시의회 제9대 전·후반기 의장 2명의 해외 출장과 관련 ‘외유성 출장’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 해외 출장은 목적과 계획 자체가 부실하다”며 이번 해외 출장에 대해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육동일 세종시 지방시대위원장(충남대 명예교수)은 “과거 지방의회가 정당과 정당 간 당리당략에 의한 갈등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번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제도적으로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에게 공천권을 준 이유는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동의 하에서 만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내부 갈등으로 원구성도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각 정당들의 공천권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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