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 아들 간 불화…차남 영국으로 망명

김서영 기자 2024. 10. 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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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의 아들 리셴양.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의 ‘국부’로 꼽히는 리콴유 초대 총리의 아들 간 불화가 깊어지며 차남이 영국으로 망명을 떠났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콴유 전 총리의 차남 리셴양(67)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2022년 영국에 신청했던 정치적 망명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그는 망명 사유로 “싱가포르 정부의 공격”을 꼽았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가 “내 아들을 기소하고 아내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했고 가짜 경찰 수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도 내가 박해의 위험에 처해 있어 안전하게 싱가포르로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리콴유 전 총리의 자녀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것은 2015년이다. 당시 리콴유 전 총리가 사망한 이후 그의 사저를 처리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올랐던 리셴룽 전 총리(72)와 리웨이링(1955~2024년), 리셴양이 갈등을 빚었다. 리셴룽 전 총리는 사저를 국가 유산이나 랜드마크로 보존하는 방안은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리셴양과 리웨이링은 그가 집을 허물라는 유언을 어기고 사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맞섰다.

2017년 리셴양은 리웨이링과 함께 리셴룽 전 총리를 형제로서나 지도자로서 신뢰하지 않고, 그가 권력을 남용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리셴양은 2020년 총선에서 리셴룽이 이끄는 여당 인민행동당(PAP)에 맞서 진보싱가포르당(PSP) 후보로 나섰으나 당선되진 못했다. 당시 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선진 경제국이지만 어두운 면이 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국’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싱가포르 당국이 리콴유 전 총리의 유언과 관련해 사법절차에서 허위 증거를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시작하자 리셴양은 조사를 거부하고 부인과 함께 2022년 싱가포르를 떠났다. 리웨이링이 지난 9일 사망했을 때도 돌아오지 않았다.

리셴양은 이날 자신의 망명 소식을 밝히며 “나는 여전히 싱가포르 시민으로 남아 있고 언젠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성명을 내 리셴양의 주장을 반박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리콴유 초대 총리의 자손이라도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리셴양 부부가 “싱가포르로 돌아올 자유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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