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 수많은 말들이… 살아남은 내 아들 삶 끊어놨다”

조율 기자 2024. 10. 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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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서 죽었다'는 댓글을 본 아들에게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해줬어요.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려 했는데, 그런 댓글들이 결국 아이의 삶을 끊어놓았습니다."

이 군의 어머니 송해진(48) 씨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사 후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 현장에서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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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재현군 어머니의 싸움
“100명이 위로할때 1명은 욕해
잊히지 않기 위해 목소리낼 것”

“‘놀러 가서 죽었다’는 댓글을 본 아들에게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해줬어요.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려 했는데, 그런 댓글들이 결국 아이의 삶을 끊어놓았습니다.”

고 이재현(당시 16세) 군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159번째, 마지막 희생자다. 이 군의 어머니 송해진(48) 씨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사 후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 현장에서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참사 당시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다 혼자 살아남은 이 군은 이후 악성 댓글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고통과 죄책감으로 43일간 ‘이태원 참사’를 살아내던 이 군은 결국 그해 12월 12일 ‘친구들이 그립다’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참사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 군. 연합뉴스·이재현 군 어머니 송혜진 씨 제공

이 군은 세상을 떠나기 전 휴대전화에 ‘재현이 보고 싶을 때’라는 폴더를 만들고 가족을 위한 영상 3개와 사진 두 장을 남겼다. “다음 생애도 엄마, 아빠 같은 부모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며 웃던 순간이 이 군의 영정 사진이 됐다. 송 씨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송 씨는 아들이 특히 온라인상에 달린 댓글에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학생들에게 SNS는 하나의 세계인데 그곳에 아이를 찌르는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며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내려는 아이의 삶을 끊어놨다”고 말했다. 생전 이 군은 어머니에게 “연예인을 보러 갔네, 마약을 했네, 이런 글들을 대체 왜 쓰는 거냐. 너무 화가 난다. 죽고 싶다”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 군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댓글로 온라인상의 2차 가해와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댓글에도 ‘이태원에 놀러 간 고등학생’이라는 낙인은 사라지지 않았다.

송 씨는 아들이 세상을 등진 뒤, 아들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시민들의 관심은 점점 떨어지고, 여전히 편견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며 “100명의 시민이 유가족을 위로할 때, 1명의 시민은 꼭 욕을 한다”고 전했다. 송 씨는 “놀든 일하든, 우리 모두에게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상을 즐길 권리가 있고, 그건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현재까지, 계속, 앞으로도 저는 재현이 엄마일 거고, 재현이 엄마로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율·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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