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리사 실무수습 ‘성취도 평가’ 없던 일로… 변호사 반발에 법무부·국조실 동조

이종현 기자 2024. 10. 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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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성취도 평가 법 개정 추진 중 포기
변호사회 “별도 변리사 자격 시험 신설하는 셈”
변리사회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폐지해야”

변리사 실무수습 과정에 성취도 평가를 도입하려던 특허청의 계획이 무산됐다. 변호사들은 실무수습을 거쳐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했는데, 이 과정에서 평가가 도입되면 별도의 자격 시험이 신설되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특허청은 다른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실무수습에서 성적이 나빠도 변리사 자격을 받는 관행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23일 특허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허청이 변리사 실무수습 과정에 성취도 평가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지만, 관련 부처의 반대 의견에 따라 법 개정 계획을 포기했다.

특허청은 지난 7월 변리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변리사 실무수습 교육 때 불성실 교육생이 계속 나오자 이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변리사 실무수습 교육생 247명 중 107명, 올해 상반기는 교육생 234명 중 67명이 성취도 평가에서 과락을 받는 수준이었지만, 성취도 평가를 실시할 별도의 근거가 없는 탓에 모두 교육이수 처리됐다. 지금도 자체적으로 성취도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교육생의 교육이수 여부를 평가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 아무리 나쁜 평가를 받아도 교육이수에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특허청은 변리사 실무수습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수습 과정에 정식 성취도 평가를 도입하려고 했다. 변리사법 시행령 제2조 제8항에 그동안 자체적으로 실시해 온 성취도 평가의 법적인 근거를 신설하고, 실무수습 교육을 부실하게 이수한 경우 교육이수를 제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입법예고가 시작되자 변호사 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변호사는 변리사 시험 없이 실무수습 교육만 받으면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한다. 그런데 교육이수 여부를 결정하는 성취도 평가가 도입되면 사실상 별도의 자격 시험이 생기는 셈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성명을 내고 “변리사법에 위임 근거가 없음에도, 모호하고 포괄적인 시행령 규정에 따라 특허청장이 실무 수습 인정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관계부처들도 반대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당초 성취도 평가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었지만, 이달 중순 특허청에 ‘신중 검토 필요’라는 의견을 다시 보냈다. 성취도 평가 도입이 사실상 변리사 자격요건을 신설하는 것이라는 변호사 단체의 입장에 힘을 보탠 것이다. 법 개정을 위해 법제처 심사 전에 받아야 하는 국무조정실의 규제 심사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특허청은 관계부처 의견을 받아들여 변리사 실무수습 과정에 성취도 평가를 도입하는 조항을 빼고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취도 평가를 제외한 나머지 법 개정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집합교육 이러닝(온라인 학습) 근거를 신설하고, 실무수습 불인정 사유를 구체화하고, 결강 인정 근거를 명확하게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올해 안에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개정된 내용이 시행될 예정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성취도 평가 대신 실무수습 교육 과정에서 여러 과제를 통해 교육생의 실무수습 역량을 높일 계획”이라며 “변리사의 실무수습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변리사회는 실무수습 성취도 평가는 교육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점검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변호사 단체의 반발에 반대 입장을 냈다. 변리사회는 “우리나라 변호사는 변리사 자격시험을 거치지 않고 실무수습만으로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특혜를 받고 있다”며 “소모적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취득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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