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 3세, 군주제의 위상 하락 확인한 13년만의 '국가원수' 호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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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찰스 3세 국왕이 국가원수로서 13년 만이자, 그의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호주를 찾았으나 군주제 존속 논란과 시위, 항의 속에 6일간의 방문을 마쳤다.
군주제 반대주의자들은 이번 찰스 3세의 방문이 호주 시민이 국가 원수가 되는 데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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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사모아에서 영연방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국가원수로서 13년 만이자, 그의 취임 2년 만에 처음으로 호주를 찾았으나 군주제 존속 논란과 시위, 항의 속에 6일간의 방문을 마쳤다.
올해 2월 암 진단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암치료도 중단하고 태평양 사모아에서 열리는 영연방 정상회의와 묶어 긴 일정에 나섰으나 열띤 환영보다는 영연방의 위상이 기우는 것을 확인하는 여정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그가 호주로 오기 전부터 현지 언론은 군주제 찬반 논란을 보도했다.
군주제 반대주의자들은 이번 찰스 3세의 방문이 호주 시민이 국가 원수가 되는 데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60세의 원주민 운동가 웨인 워튼은 찰스 부부가 군중을 맞이하기 전인 22일 오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밖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위협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경찰의 이동 지시를 따르지 않아 기소됐으며 다음달 5일 법정에 출두한다”고 밝혔다.
워튼은 체포 후 AP와의 인터뷰에서 워튼은 찰스 3세에게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 혐의로 법정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워튼은 20일 찰스 부부가 예배에 참석한 시드니 세인트 토마스 성공회 교회 밖에서 소규모 시위대와 함께 “대영 제국은 대량 학살로 건설됐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21일 원주민 출신 무소속 상원의원 리디아 소프는 찰스 3세 부부가 캔버라의 의회당을 방문했을 때 “여기는 당신의 땅이 아니고, 당신은 내 왕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의회 환영식에는 호주 6개주의 정부 지도자들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군주제 지지자들은 국왕 무시로 해석했다.
호주 공화국 운동의 공동의장인 에스더 아나톨리티스는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처음 호주를 방문했을 때에 비해 찰스 부부 환영 인파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아타톨리티스는 “호주인들이 영국 국왕과 왕비를 환영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출생권으로 임명된 국가 원수를 계속 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군주제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1999년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적이 있는데다 지난해 원주민 대표기구를 설치하자는 국민투표가 부결돼 다시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앤 트워미 변호사는 “모든 계층에서 절대적으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군주제 폐지 개헌 국민투표는)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당 소속 현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는 공화국을 원하고 내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국민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시드니대 왕실 역사학자 신디 맥크리리는 “호주가 아직 그런 변화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찰스 부부는 23일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로 이동해 연례 영연방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6일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회의가 열리는 사모아의 남부 해안에서는 뉴질랜드 해군 측량함 마나와누이함이 5일 좌초했다.
선원 75명은 모두 구조됐으나 산호초 파괴와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사모아 섬은 해수면 상승, 해양 온도 상승 및 더 강렬한 폭풍 위협 등 기후변화로 인한 비상 사태의 최전선에 있는 곳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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