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인데 이런 선수가 다 있다, 대만도 뒤흔들 준비 됐다…"80이닝 던진 것도 아닌데요"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다른 선배들은 80이닝도 던지고 그러시는데, 난 그 정도는 아니니까. 이렇게 많이 던져보면서 경험한 게 오히려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김택연은 올해 나이 겨우 19살이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갓 데뷔한 새내기다. 막내 투수는 1년 동안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봤다. 스프링캠프 기간 일본 프로야구, 미국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묵직한 직구 하나로 맞붙어 삼진을 턱턱 잡아내 눈길을 끌더니 정규시즌에는 불펜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필승조, 셋업맨, 마무리투수까지 중책을 맡아 나갔다. 고졸 신인 역대 최다인 19세이브 신기록을 세웠고,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2⅓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평범한 신인 선수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을 다 해보면서 김택연은 '괴물 신인'으로 성장해 나갔다.
김택연은 두산에 지명을 받고 1년이란 시간 동안 늘 칭찬만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했다. 가장 뿌듯한 것은 해볼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본 것이다. 김택연은 60경기에서 65이닝을 던지면서 3승, 19세이브, 4홀드, 78탈삼진,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마무리투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탈삼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현재 한국에서 뛰는 19살 투수 가운데 1위에 올랐다. 김택연은 올해 엄청난 이변이 없는 한 신인왕을 수상할 전망이다.
현재 김택연은 잠실야구장에서 재활 훈련을 이어 가면서 다음 시즌에도 건강히 뛸 수 있도록 다시 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김택연은 "올해 정말 경험을 많이 했다. 시즌 전부터 일본 팀이랑 경기도 해보고, 메이저리그 팀이랑도 해보고, 정규시즌 개막전에 진짜 중요한 상황에도 올라가고 그러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 일단 좋은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프로 첫해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경험을 하는 해는 아마 올해로 남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뜻깊은 해를 보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활약한 김택연은 당당히 프리미어12 야구 국가대표팀 훈련 소집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KBO는 지난 11일 '2024 프리미어12' 출전이 유력한 선수 35명을 추려서 발표했는데, 김택연은 신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국내 훈련을 통해 35명의 컨디션을 점검한 뒤 최종 엔트리 28명을 다시 선발해 대회가 열리는 대만 타이베이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택연은 태극마크를 눈앞에 뒀다고 해서 들뜨지 않았다. 그는 "아직 확정 명단은 아니라서 그냥 들었을 때 기분 좋게 생각했다. 좋은 형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투수에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신인 선수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합류하는 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훈련하려 한다. 김택연은 "내가 시즌 때 던졌던 패턴들을 그대로 가서 할 예정이다. 원래 내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데뷔 전에는 (국가대표를) 진짜 상상도 못 했다. 너무 약간 놀랍고 감사했는데, 지금 이렇게 또 뽑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다. 신인인데 불러주셨기 때문에 책임감도 느끼고, '이래서 뽑혔구나'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를 한 경기라도 경험한 게 도움이 되리라고 봤다. 4위 두산은 5위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패만 떠안고 탈락했는데, 2차전 0-1로 뒤진 상황에서 구원 등판했던 김택연은 2⅓이닝 무실점 쾌투로 다시 한번 신인왕의 가치를 증명했다.
김택연은 "팀이 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기고 있을 때보다는 부담감이 덜했던 것 같다. 1점이라도 막아야 우리가 쫓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한 타자 한 타자 좀 신중하게 상대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1이닝을 던지고 나서는 마음이 편해져서 부담 없이 던졌던 것 같다"며 프리미어12에 나가서도 긴장하지 않고 던질 자신이 있다고 했다.
1년 사이 김택연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는 스스로 평가해 달란 말에 "당연히 성장한 점은 있지만, 마음가짐은 항상 시즌 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런데 확실히 경험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야구하는 데 있어서 풀어가는 게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준비할 때 몸을 풀거나 캐치볼을 하는 나만의 루틴이 생겼고, 야구 보는 눈이 넓어진 것일 수도 있다. 1년 동안 부딪쳐 보면서 경험을 하면서 나만의 데이터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일부 팬들은 김택연이 프로 첫해 65이닝을 던져 무리한 게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택연은 "마무리투수가 되면서 나는 관리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늘 내가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어차피 1년차에는 부딪혀 봐야 내가 언제 힘들고 언제쯤 체력이 떨어지는지, 또 언제 아플 것 같은지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많이 던져 보면서 경험한 게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배들은 80이닝도 던지고 그러는데, 나는 많이 던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시즌 건강히 마친 것을 가장 뿌듯한 점으로 꼽았다. 좋은 페이스 그대로 류중일호에 끝까지 승선해 대만행 비행기에 오르는 게 목표다. 김택연은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씩씩하게 꽂아 넣으며 대만까지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택연은 "안 아프고 한 해를 마무리한 게 가장 뿌듯하다. 왜냐하면 내가 작년에 팔에 피가 고여서 쉬었기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것 같다"며 "이제 시작이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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