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무대·초호화 캐스팅… K-오페라 르네상스 열 것”

이정우 기자 2024. 10.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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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준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예술총감독
160억 투입… 출연진만 350명
“VIP티켓 100만원… 명품 개념”
LED 조명속 황금궁전이 압권
“신비로운 세계에 몰입하도록
스케일만큼 디테일도 신경 써”
올해 연말을 책임질 대형 오페라 ‘투란도트’는 3층 높이의 황금색 무대로 시선을 압도한다. 2024 투란도트 문화산업 전문회사 제공
박현준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예술총감독. 백동현 기자

올해 12월 22∼31일, 즉 크리스마스에서 연말까지 책임질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온다. 2003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장이머우(장예모) 감독 연출판 ‘투란도트’를 내놓으며, 야외 오페라의 새 장을 열었던 박현준 예술총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이번 2024년 버전 역시 제작비 160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와 최고의 성악가들을 불러모은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오페라협회 회장이자 한강오페라단 단장을 맡고 있는 그를 지난 18일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지난 20년 동안 야외 오페라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2003년 투란도트’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매진될 정도로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졸속으로 기획된 대형 오페라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대형 오페라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오페라를 살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페라 붐을 일으키려면, 대중에게 화제가 될 정도로 스케일을 키우고, 스타 마케팅을 해야 한다. 정 안 되면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하자는 마음”이라며 “‘오페라도 재미있다. 또 보고 싶다’란 마음을 관객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본전은 만들어 줄 테니 돈 벌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모든 역량을 관객에게 쏟아붓는 거죠. 와서 즐기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K-오페라의 시작이 될 거예요.”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유작으로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다. 칼라프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네순 도르마) 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많고, 볼거리가 풍부해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

왼쪽부터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그리고 지휘자를 맡은 플라시도 도밍고. 2024 투란도트 문화산업 전문회사 제공

특히 이번 ‘투란도트’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현재 세계 최고 소프라노인 아스믹 그리고리안이 투란도트 역에 나서며, 처음으로 내한한다. 박 감독은 “유럽에선 그녀가 안나 넵트렙코의 여왕 자리를 이어받은 지 오래”라며 “당분간 세계 오페라를 지배할 소프라노”라고 치켜세웠다. “의외로 흔쾌히 승낙했어요. 한국에 가보고 싶었다면서요. 아이들이랑 갈 거니까 아파트를 잡아달라더군요. 바로 오케이 했죠.”

칼라프 역엔 유시프 에이바조프, 브라이언 제이드 등 이탈리아 스칼라 극장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역 테너들이 나서고, 지휘자론 명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쿠라, 그리고 오페라 베테랑 파올로 카리냐니가 나선다. 박 감독은 “올림픽으로 치면 금메달리스트들의 향연”이라고 강조했다.

배우·지휘자만 14개국 출신들이 참여하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적 성악가들도 나란히 합류했다. 출연진만 350명에 달하고, 제작진까지 합하면 600∼700명의 대규모 오페라다. 공연 장소인 코엑스 D홀을 이번 공연에 맞게 뜯어고쳐 3층 높이의 대형 무대를 마련하고, 다채로운 시각효과를 위해 대형 LED 패널이 무대를 감싼다. 대형 무대의 단점인 관객 시야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박 감독은 대형 오페라를 표방하지만 무식하게 크기만 키운 건 아니라며 “스케일 못지않게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푸른 하늘을 연상케 하는 LED 조명과 성경 속 솔로몬의 성전을 연상시키는 황금 궁전이 압권”이라고 귀띔했다. 박 감독은 “‘투란도트’는 대개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우리 오페라는 하늘나라에서 벌어진다”며 “황제는 하나님, 투란도트는 하나님의 딸, 그리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는 예수님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토리는 투란도트가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전통적인 흐름으로 진행한다. 박 감독은 “현대적인 기술을 사용해 신비로운 효과를 내지만, 이야기는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신비로운 신의 세계를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란도트’는 가장 비싼 티켓이 100만 원이란 점에서도 화제다. 박 감독은 “100만 원 티켓은 일종의 명품 같은 개념”이라며 “유럽에서도 VIP라운지와 식사까지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VIP서비스는 오페라 문화에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100만 원인 VIP석과 30만 원인 R석 사이에 50만 원의 P석을 신설했다.

박 감독은 “내후년에도 코엑스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투란도트’와 ‘라 트라비아타’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코엑스를 중심으로 대형 오페라 공연을 매 연말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 이곳이 스칼라 극장, 베로나 극장이 되는 거예요. 세계에 통하며 자생할 수 있는 우리 오페라의 허브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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