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40m 구조물, 로켓 잡아채 원점 회수… 1시간 뒤 재발사 가능[Who, What, Why]

박준희 기자 2024. 10.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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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스페이스X, 1단 추진체 회수 ‘메카질라’ 발사대
우주선 스타십 실은 ‘슈퍼헤비’
상공에서 발사대로 안착 성공
발사비용 1억달러서 절반으로
내구성 손실·전도 가능성 줄여
“화성 취역 땐 화물 99% 운반
우주 가는 비용 100분의 1로”
지난 13일 미국 텍사스주의 스페이스X 전용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화성탐사선 스타십을 싣고 발사됐던 1단 로켓 ‘슈퍼 헤비’가 발사대 메카질라를 향해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을 단계적으로 촬영해 합성한 사진. 스페이스X 제공

정보기술(IT) 분야를 넘어 전기차,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문제적 인간’이나 ‘이단아’ 취급을 받는 일론 머스크가 몇 해 전 인수한 소셜미디어 ‘X’에는 최근 조회 수가 폭발한 게시물이 있다. 역시 그가 창업한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3일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우주선 ‘스타십’을 싣고 발사된 1단 로켓 ‘슈퍼 헤비’가 발사대로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모습을 담은 약 1분 분량의 짧은 동영상 게시물이다. 22일 기준으로 조회 수 4200만 회를 훌쩍 넘긴 상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실 우주로 발사됐던 로켓을 지표면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지난 2015년 11월 24일 미국 텍사스주 밴 혼 기지에서 지표면을 떠나 100㎞ 상공까지 상승했던 우주로켓이 원형 그대로 발사장으로 돌아왔다. 착륙이 이뤄진 것은 발사가 이뤄진 지점에서 불과 4.5피트(약 1.4m) 떨어진 곳이었다. 우주 팬들은 열광했다. 로켓 회수 기술로 인해 로켓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고, 민간인들도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당시 주인공은 머스크가 아니라 아마존 창업자이자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였다.

그로부터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스페이스X가 이번에 마치 젓가락질로 가래떡을 잡는 듯한 로켓 회수 기술을 선보였다. 13일 미국 텍사스주 남부에 위치한 스페이스X의 전용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실시된 스타십의 5차 시험발사를 통해 머스크가 만천하에 공개한 이번 장면으로 로켓 회수·재사용 경쟁이 사실상 머스크의 완승으로 뒤집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스타십 5차 시험발사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바로 지상으로 돌아오는 1단 로켓을 로봇팔로 회수하는 발사대 ‘메카질라’(Mechazilla)의 활약이었다. 스타베이스의 상징이자 괴수 영화 ‘고질라’에서 명칭을 따온 메카질라는 140m 높이의 거대한 구조물이다. 발사 후 되돌아오는 로켓을 로봇팔로 잡아채 발사대에 다시 안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4차 시험발사까지는 1단 로켓이 멕시코만 바다로 하강해 입수했다.

스페이스X 전용 발사시설인 스타베이스에서 발사 준비 중인 화성탐사선 스타십과 1단 로켓이 발사대 메카질라에 세워져 있다. 스페이스X 제공

메카질라는 그 규모 외에 구체적인 능력치(스펙)나 작동시스템이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스타십은 길이가 71m가 넘는 사상 최강의 1단 발사체 슈퍼 헤비와 길이 50m·직경 9m로 내부에 약 100명 인원과 150t의 화물까지 적재할 수 있는 우주선으로 구성됐고 그 무게는 1·2단부 총합 5000t에 달한다. 메카질라가 얼마나 무거운 물체를 정밀하게 받아낼 수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머스크는 메카질라를 활용할 경우 1시간 만에 로켓 재발사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로켓 발사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로켓을 비행기처럼 재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우주로 가는 데 드는 비용을 현재의 100분의 1 정도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입증된 기술로 1단 로켓의 재사용이 보편화되면 현재 회당 최대 1억 달러(약 1355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우주선 발사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업계의 전망도 나온다. 특히 스페이스X는 궁극적으로 ‘스타십2’를 개발해 200t의 화물을 회당 200만∼300만 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송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스타십이 화성에 취역하면 우리는 우주 화물량의 99%를 운반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앞서 스페이스X는 블루오리진처럼 발사체 지상 회수에도 성공했고 드론선박 위로 로켓을 착륙시키는 해상 회수도 성공했다. 실제로 머스크의 우주인터넷기업 ‘스타링크’의 소형 위성을 실어나르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올해에만 100번 발사됐고 이 가운데 77번의 지상 회수가 이뤄졌다. 그러나 발사대 ‘원점 회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이스X가 기존의 회수 방식을 넘어 메카질라를 이용한 원점 회수를 시도한 것에 대해 우주항공업계·과학계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뿐만 아니라 안전성의 이유도 꼽고 있다. 과거 스페이스X 등의 지상 회수 과정에서는 로켓이 지표 부근에 도착할 경우 역추진하는 로켓 본체에서 삼각대 같은 기립장비가 펼쳐지며 지상에 착륙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반복할 경우 기립장비의 내구성 손실과 바람 등 외부 조건의 영향으로 인해 착륙 과정에서 로켓이 쓰러지는 일도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8월 28일 임무 수행 후 착륙하던 팰컨9의 1단 로켓은 해상 회수 도중 화재가 발생하며 쓰러져 바다로 추락했다. 당시 머스크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고장이 났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카질라의 로봇팔이 로켓을 낚아채듯 회수하면 이 같은 로켓의 내구성 손실이나 전도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로켓도 역추진 엔진을 점화해 낙하 속도를 최대한 낮추고 로켓 본체에 설치된 보조 장비로 미세하게 하강 방향과 기립 각도를 조정한다. 이 모든 과정이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마치 로켓이 메카질라에 살포시 안기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편 로켓 회수 분야에서는 일명 ‘공중 낚아채기’라 할 수 있는 공중 회수 방식도 시도된 바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우주기업 로켓랩은 지난 2022년 우주에 도달했던 1단 로켓 ‘일렉트론’이 낙하산에 매달려 지표면으로 돌아오는 사이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회수하는 시도에 성공했다. 특수 로프를 장착한 대형 헬리콥터가 로켓의 낙하산 줄을 붙잡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일렉트론은 길이 17m의 소형 로켓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가 가능했다. 그나마 첫 시도 당시 헬기가 일렉트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자 조종사는 로켓을 바다에 떨어뜨려 다시 회수하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로켓랩 창업자 겸 CEO 피터 벡은 성명을 통해 “로켓이 지구로 떨어지는 것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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