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차전 리드만 지키면 대권 시나리오 집필? 김영웅-이승현 어깨에 달렸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포스트시즌 역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경기 선언으로 혼란에 빠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의 발생에 한국시리즈 시나리오 또한 어지럽고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행된 1차전은 양팀 선발 투수인 제임스 네일(KIA)과 원태인(삼성)의 호투 속에 5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두 팀 모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상대 투수의 기에 눌리는 양상이었다. 균형을 깬 건 삼성이었다.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헌곤이 이날 맹위를 떨친 네일의 스위퍼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쳤다. 이어 디아즈가 볼넷을 골라 네일을 강판시켰고, 강민호가 바뀐 투수 장현식에게 다시 볼넷을 얻어 무사 1,2루가 만들어졌다.
후속 타자 김영웅이 초구 볼을 본 가운데 비가 거세지자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45분 정도 기다리며 비가 잦아들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과 달리 비는 계속 내렸고 게다가 밤사이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서스펜디드 경기 성립 요건이었고, 결국 경기는 다음 날 이어 하기로 결정했다. 선발 원태인 카드를 소모하고 공격 흐름도 끊긴 삼성이 전체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22일도 비로 일정 전체 순연되면서 1차전이 사흘에 걸쳐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이 한국시리즈를 강타했다.
다만 22일 우천 순연은 삼성에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밑에서 올라온 팀의 휴식 시간이 생기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고, 선발 투수들이 추가 휴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도 희망 회로를 돌려볼 만하다. 1·2차전을 잘 치르면, 홈에서 열리는 3·4차전 선발 매치업은 우위를 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와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책임진 대니 레예스는 25일 열릴 예정인 3차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레예스는 19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0구를 던져 피로도가 다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5일을 쉬고 3차전에 들어갈 수 있다. 꿀맛 휴식이다. 1차전에서 66구만 던진 원태인이 나흘을 쉬고 4차전에 나간다. 두 선수는 시리즈가 길어질 경우 6차전과 7차전 선발로도 대기가 가능하다. 어차피 그 시점에 가면 이판사판으로 뒤를 생각할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23일 열릴 1차전 남은 경기와 2차전에서 1승1패만 해도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1-0으로 앞선 6회 무사 1,2루에서 시작될 1차전 결과가 대단히 중요하다. 일단 1차전만 잡는다면 2차전은 조금 편안한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다. KIA와 삼성도 이틀 동안 이 무사 1,2루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나리오를 짠 채 준비해왔다. 양팀 전략의 대충돌이다.
21일 당시에는 김영웅에게 번트나 특별한 작전을 지시한 게 없었다. 경기 흐름이 삼성 쪽으로 왔기에 더 몰아붙이는 게 맞는 상황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2일 일정이 비로 순연된 뒤 “그때 당시에는 작전 없이 김영웅에게 맡긴 상태였다”고 인정했다. 다만 “상대 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 같다. 내일 서스펜디드 게임 시작할 때 상대 투수에 따라 조금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고했다.
KIA는 당시 마운드에 있었고 올해 김영웅에게 피안타가 없었던 장현식을 그대로 갈 수도 있고, 혹은 좌완들을 올려 좌타자 김영웅을 상대할 수도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가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삼성으로서도 고민이 된다. 1루 주자가 강민호, 2루 주자가 디아즈라 두 주자 모두 걸음이 빠른 편은 아니다. 거포 스타일인 김영웅도 번트가 아주 익숙한 선수는 아니다. 앞서고 있기에 타선의 핵심인 디아즈와 강민호를 대주자로 교체할 수 상황도 아니다. 번트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쨌든 역시 이틀간 이 상황을 생각한 김영웅의 몫이 중요하다. 강공이든 작전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해내야 한다. 김영웅이 힘을 내면 그 다음은 좌완 이승현이 힘을 내야 한다. 박진만 감독은 22일 이어질 경기의 투수로 이승현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23일도 비슷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승현이 1~2이닝 정도 KIA의 공격을 잘 막아주고 불펜 필승조들에게 바턴을 넘겨줘야 한다. 크고 넓게 보면 삼성이 앞서고 있는 1차전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 판도가 결정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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