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송해도 못 이겼다···줄줄이 오른 사전청약 분양가
법원 “추정분양가, 확정분양가 구속력 없어”
인천계양 등 공공사전청약 분양가 줄줄이 상승

사업지연으로 사전청약 후 5년이 지나 본청약이 이뤄졌어도 분양가 상승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 확정분양가를 내고 입주를 하거나 본청약을 포기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 해당 판결이 향후 소송에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수원지법 민사16부는 2017년 5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자 18명이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추진했던 공공주택 공급 사업인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사전예약으로, 당시에도 사업지연과 공사비 상승 등의 문제가 있었다.
GH는 2010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함께 총 6곳에 대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을 실시했다. 전용면적 59㎡, 74㎡, 84㎡ 등 세 유형에 대한 추정분양가를 59㎡는 3.3㎡(1평)당 850만원, 74·84㎡는 890만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본청약이 진행된 2015년 12월 확정분양가는 59㎡는 3.3㎡(1평)당 892만5698원, 74·84㎡는 948만5018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즉 전용면적 84㎡ 기준 2억8480만원이던 추정분양가가 본청약 시점에는 3억3500만원까지 6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추정분양가격은 사전예약 당시부터 본 청약시에 변동될 가능성을 예상하고 개략적으로 산정된 것으로 봐야하고, 원고들(사전청약 당첨자)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추정분양가격이 청약계약에 있어 분양가격을 결정짓거나 구속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추정분양가는 사전예약 시점에 ‘추정한 가격’일 뿐 본청약 시점의 확정분양가와 다르다고 해서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법원의 판단근거가 된 것은 입주자공고문이었다. 공고문에는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예약자 모집을 위해 기본적인 사항을 개략적으로 추정해 안내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또 분양가격 변동 및 결정시기에 대한 문구가 있었던 점, 사전예약 모집공고시 추정분양가보다 높거나 낮아질 수 있다는 안내문구가 기재돼 있었기 때문에 본청약 시점에 분양가가 높아졌더라도 부당이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GH가 사전청약을 실시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본청약이 이뤄진 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전청약 진행 사업지 분양가 18%가까이 상승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사전청약 분양가도 줄줄이 올랐다. 최근 본청약 공고를 낸 3기 신도시 내 인천계양 A3지구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5㎡ 기준 4억101만원으로 확정됐다. 2021년 7월 처음 예고한 사전청약 추정분양가(3억3980만원)보다 약 18%(6000만원) 상승했다. 사전청약 당첨자 236가구 중 106가구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사전청약 당첨자의 절반 가량이 본청약을 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 18일 본청약을 진행한 인천계양A2블록 역시 사전청약 당첨자의 40%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이곳의 전용 84㎡ 확정 분양가는 최고 5억8411만원으로 사전청약 당시 추정액(4억9387만원)보다 18.2% 상승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인상된 가격이 온전히 피해자들한테 돌아가지 않도록 사전 청약자 입장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윤을 전혀 남기지 않아도 지난 2~3년간 상승한 공사비와 인건비를 반영하면 초기 추정분양가액을 맞추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은 그대로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 확정분양가를 내고 입주를 하거나 본청약을 포기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공공사전청약피해자모임(과천주암C2) 대표는 “이번에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과) 다르다던 사전청약에서도 정부 정책을 신뢰한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국감에서 국토교통부와 LH가 피해자 구제 대책를 약속한 만큼 성의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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