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포기하라고?"…'서민대출' 디딤돌 죄기, 이유 있다는데[부릿지]
가계대출 증가세와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2단계를 수도권에 더 강하게 적용했고 은행들에게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6억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까지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정부가 왜 정책대출의 문턱까지 높이는지, 이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알아봤다.
우선 정부가 왜 정책대출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 가계대출이 많이 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거래량도 늘고 가격도 높아졌다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실제로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특히 8월에는 5개 은행의 주담대가 한 달 만에 9조6000억원이 넘게 늘어나며 2020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 은행권 전체 주담대가 26조원 가량 늘었는데 이 중에서 디딤돌, 버팀목 대출 비중이 70%로 집계됐습니다. 18조원이 넘는데요. 올해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도 매매는 디딤돌, 전세는 버팀목에 포함됩니다.
이 정책대출들은 소득과 자산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지만 보통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지난번 영상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아파트를 매매하며 주담대를 받을 때 원리금 상환방식을 체증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죠.
금리가 낮으니까 사람들이 정책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많이 샀구나,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하죠. 왜냐하면 정책대출로 살 수 있는 집값의 상한선은 6억원밖에 안 되니까 말이죠. 집값 상승이 일어나려면 정책대출이 아니라 은행에서 일반 주담대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새로운 논리를 만들었습니다. 무주택자들이 먼저 정책대출로 6억원 이하 집을 사면 기존에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비싼 아파트로 갈아타고, 또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은 더 비싼 아파트로 넘어가 가계대출이 더 늘고 집값도 오른다는 논리인데요.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 수도권 상승장이 3~4년 전 부동산 폭등기 시절과 다른 점 중에 하나는 갭투자보다는 실수요자의 갈아타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있다 보니까 부동산 시장 전반에도 애매한 아파트 여러 채 갖고 있느니 똘똘한 한 채가 낫다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었죠.
이런 상황을 설명할 근거도 있습니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아파트 매매시 자금조달계획 방법 자료를 보면요, 올해에 8월까지 집을 샀던 사람들 중에 58%(8만969건 중 46908건), 거의 3명 중 2명이 원래 갖고 있던 집을 팔고 새집을 샀습니다. 2년 전인 2022년에는 집 팔아서 새집을 샀다는 비율이 27.8%(21만4657건 중 5만9837건)밖에 안 돼요. 비율 차이가 두 배가 넘죠.
그러니까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와 집값 상승세를 꺾으려고 8월에 디딤돌이랑 버팀목 대출 금리를 0.4%포인트(p) 인상했습니다. 그래도 쉽사리 정책대출 상승세가 약해지지 않자 이번에는 한도를 줄이는 규제까지 마련했었습니다. 대출을 받을 때 소액임차보증금 공제를 필수로 적용하도록 하고 LTV(담보인정비율) 80%까지 나오던 생애최초 대출을 LTV 70%까지 줄이구요. 후취담보 대출 취급을 막아 대출 대상도 줄였습니다.
그런데 실수요자들이 피해본다는 지적에 갑자기 국토부가 입장을 번복하고 일단 규제를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가계대출 상승세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정책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말이죠.
정부가 정책대출의 문턱을 높이려는 모습을 계속 보이니까 당연히 반발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애초에 정책대출의 탄생 배경이 자산이 부족하고 소득이 낮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돕기 위한 것인데, 이렇게 문턱을 높이면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거죠. 정책금융 규모가 줄어들면 일부 사람들한테는 내집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출연 이용안 기자
촬영 이상봉 PD, 백정하 PD
편집 김아연 PD
디자이너 신선용
이용안 기자 king@mt.co.kr 이상봉 PD assio28@mt.co.kr 김아연 PD ayeon_28@mt.co.kr 백정하 PD damha135@mt.co.kr 신선용 디자이너 sy053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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