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망하고 졸렬한 작금의 정권 풍경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회동은 결과도 없었지만 그 모습 자체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대통령실이 회동 후 언론에 배포한 사진부터가 그랬다. 윤 대통령은 사무용으로 보이는 긴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고 한 대표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나란히 맞은편에 앉은 모습은 대통령과 당대표 회동 같지 않았다. 인터넷엔 ‘검사가 변호사와 함께 온 피의자를 조사하는 모습’이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장소와 형식 모두 격에 맞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회동 후 한 대표가 돌아가자 추경호 원내대표를 식사 자리에 따로 부른 것도 부적절했다. 당대표를 무시하고 원내대표와 분리시키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처음 보는 이상한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며 혀를 차고 있다.
국회에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강혜경씨가 나와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는 무사,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장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명씨가 꿈자리 사납다고 말해 김 여사가 해외 순방 일정을 바꾼 적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말들이지만 대통령 부부가 어떻게 이런 사람과 관계를 맺었는지 민망할 정도다.
윤·한 회동에서 한 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해 특검법을 막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있겠느냐는 취지였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통령 발언의 파장은 계속됐다.
‘어쩔 수 없다’면 특검안이 통과돼도 그만이라는 뜻인데 실제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만찬을 하던 추경호 원내대표를 굳이 부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원내대표는 의원들 표 단속을 하는 자리다. 최근 김건희 특검법 국회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최소 4명이 이탈표를 던졌다. 추가 이탈자가 계속 더 나오면 찬성 200표로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그 사태의 파장은 특검이 실시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잘 알 것이다.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런 처지의 정권 핵심부에서 작금에 벌어진 모습들은 참으로 졸렬하고 민망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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